수사절차, 한 가지를 긴급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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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참 꼼꼼한 사람인 모양이다(에이, 그런 꼼꼼함으로 국정을 챙길 것이지!). 구치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조서에 서명하기 전 무려 7시간이나 그 조서를 읽고 틀린 부분(자기 진술과 불일치하는 조서 부분)을 고쳐달라고 했다고 한다. 무릇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검사작성의 신문조서에 대충 서명하고 조사를 끝내면 후일 후회할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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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는 수사관(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묻고 피의자(혹은 참고인)가 답하면 담당 수사관이 그 문답내용을 타이핑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작성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문답이 100프로 조서에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기재된다 해도 미묘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조사가 끝난 다음 피의자는 자신이 답한 부분을 꼼꼼히 읽고 조서의 정확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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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과정에선 당사자인 피의자는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확인하고, 동석한 변호인은 법률적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왕왕 피의자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서 변호사가 보기엔 법률적으로 매우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 이럴 때는 당사자에게 그 진술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 주고, 다시 한 번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많은 경우 당사자는 그런 의도의 진술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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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검과정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박근혜처럼 꼼꼼한 사람에게 걸리면 7시간 아니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런 시간은 당사자, 수사기관 모두에게 가혹하다. 하루 종일 조사를 하고 조사를 받았다면 양자가 모두 탈진상태일 것이다. 그 상태에서 이렇게 장시간 점검을 한다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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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조서 작성 후 점검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내가 몇 번 이런 저런 자리에서 이야기한 것인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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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간단하다. 조사실에 피의자(혹은 참고인) 용 모니터를 설치하자. 조사를 하면서 타이핑되는 상황을 피의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피의자와 변호인은 즉석에서 부정확하게 타이핑되는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제기가 있을 때마다 작성된 부분을 고치면 조서의 정확도는 놀라울 정도로 올라갈 것이고, 작성 후 점검은 빠른 시간 내에 끝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지금 선진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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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에 관련 제안을 하나 더 하자. 경찰의 경우 신문조사실을 별도로 만들라. 현재 전국 경찰서 어디를 가도, 피의자나 참고인은 수십 명이 근무하는 수사과나 형사과의 사무실 내에서 중인환시리, 담당 경찰관 앞에 앉아 조사를 받고 있다. 이것은 그 자체가 인권침해다. 별도의 조사실에 들어가서, 위에서 제안한 피의자용 모니터를 보면서 조사를 받아야, 피의자로서의 프라이버시도 존중받고 조사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 경찰이 그런 정도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곳이 아니지 않는가. 당장 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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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제안은 페친 중 검사, 경찰관 그리고 언론사 기자분들이 특히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 페친인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님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님께도 특별한 관심을 요청 드린다. 변호사 단체가 이것을 요구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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