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낭만

붉은 머리 애인을 추억함

박찬운 교수 2019. 1. 27. 11:08

2년 전 오늘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지요. 이제 새 애인이 생겼습니다. 오늘 시점에서 수정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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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애인을 추억함


2년 전 애인과 마지막을 보낸 버킹검 궁전 앞에서


새애인과 함께 2019년 1월 일본 유후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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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십년이 넘었구나.
유럽의 어느 공항에서 너를 만난지가.
너를 보는 순간 우리가 생을 함께 하는 건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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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붉은 입술이 내 목을 핥을 때의 그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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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이 되면 내가 너의 애무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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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외에도 옐로우와 그레이 두 친구가 있었잖니. 아침이면 그들도 얼마나 애절하게 내 간택을 바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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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에게 너무나 쌀쌀했구나.
눈길도 안주고 너에게 손을 내밀 때 그들은 얼마나 나를 야속하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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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랑한 너를 어처구니 없게 잃고 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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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순간 내눈에 뭐가 씌었었나 보다. 돈주머니에, 컴퓨터에, 눈이 가는 바람에 너를 놓치고 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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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실수가 우리를 영원히 갈라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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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고 애석하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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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직도 젊어 그 붉은 입술은 강렬하기만 한데...이를 어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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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 할테니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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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새주인이 생기거든 날 잊어야 하느니라. 그와 함께 너의 남은 생을 불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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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동안 나에게 수고한 너를 위한 마지막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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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나의 붉은 머리 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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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전 런던 공항검색대에서 보안검색을 하는 중 잠간의 부주의로 제가 젤로 아끼던 붉은 스카프(100% pure 캐시미어)를 잃어 버렸습니다. 11년간 제 목을 감싸준 그 스카프를 잃은 게 참으로 애석하군요 ㅜㅜ.

# 최근 새애인이 생겼습니다. 과거 애인에겐 미안하지만... 정말로 보드라운 감촉이 죽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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