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고독과 슬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박찬운 교수 2016. 3. 6. 06:23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여느 때 같으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웬지 잠이 오질 않는다. 우연히 유투브에 들어가 음악 파일을 찾다가 한 곡을 만났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아련한 기억...


나를 잘 아는 후배 변호사가 있다. 지난 30년 이상 교유한 친구다. 그 후배가 내게 하는 말이 있다. “형은 딱 한 가지만 갖추면 완벽한데...” 딱 한 가지? 그게 음악이란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나름대로 교양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의 핵심인 음악을 모르니 내 교양은 사실 반신불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크다. 나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음악을 듣지 못하고 자랐다. 슬픈 과거지만 형편이 그랬다. 성인이 되어 여러 가지를 배우길 좋아했지만 음악만큼은 내 것이 되지 못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생각만 하면 괜찮은 오디오도 사서 들을 수 있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생각하면 7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 부러웠던 친구가 있었다. 당시는 미국 팝송이 한참 유행할 때라 어딜 가도 팝송이 울려퍼질 때다. 그 친구는 학교에 오면 팝송을 흥얼거리고 라디오만 켜면 팝송을 들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 친구와 나는 각기 별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아는 70년대 팝송 몇 곡이 있다. 그 하나가 여기 공유한 The saddest thing이다.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정확히 1982년 어느 날이었다. 나는 그날 어느 음악다방에서 이 곡을 들었다. 물론 내가 신청한 곡이 아니었다. 함께 있었던 어느 여학생이 신청한 것이었다.


내용은 몰라도 곡조가 슬펐다. 나는 그녀에게 물어 보았다. 이 노래가 어떤 곡이냐고, 그 노랫말이 무엇이냐고. 그녀는 내게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애달픈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의 말을 하는 것이라고.'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가 나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녀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 곡만은 생생히 기억난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이 노래를 듣는다. 살아가면서 가장 슬픈 게 무엇인지를 기억하면서...

(2016.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