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앞에서>
작년 이맘 때 나는 스웨덴 룬드라는 작은 도시를 배회하였다. 이국 땅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생각보단 쉽지 않았다.
나의 일과 중 즐거움은 도시 산책---그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산책 길에서 꼭 들렀던 곳은 공원 묘지였다. 200여 년이 넘은 공원묘지는 내게 안식을 주었다. 나는 그곳 벤치에 앉아 책도 읽고 일기도 썼다. 그리운 사람 하나하나를 기억해 내기도 했다.
묘소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쓰여진 조그만 비석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 사연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 중에는 이런 묘소도 있었다. 아주 작은 비문이 있고, 꽃이 놓여져 있고, 그리고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는 것이다.
저 벤치는 무엇일까?
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은 가족이 묘소를 둘러보면서 죽은 이를 회상할 때 잠시 앉는 곳이리라.
나는 가끔 어느 노부인이, 노신사가 묘소의 그 작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석양의 노을 아래에서 그들은 먼저 간 남편을, 먼저 간 아내를 , 먼저 간 어느 사랑하는 이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노인은 하루에 한번씩 묘소를 다녀갔다. 그리고 올 때마다 묘비 앞에 촛불을 켜고 갔다.
우리도 언젠가, 이런 때가 올 것이다.
죽은 자를 위해 매일같이 촛불을 켤 수 있으면 좋겠다. 죽은 자를 그리워 하면서 그가 있는 묘소로 매일같이 산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201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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