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문학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박찬운 교수 2015. 9. 26. 19:44

야, 이놈아! 그런 좆같은 인생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남북의 군사충돌 공포 속에 하루를 보내면서,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나온 이 분 인터뷰 때문이었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화장실에서(ㅋㅋㅋ 이게 제 병임) 이 기사를 한 자도 빼지 않고 읽었다.


가슴에 와 닿는 게 많았다. 당장 마루야마의 책을 주문했다. 이 양반 책이 이렇게 많이 번역된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저녁 무렵 책 7권이 도착했다. 그중에서 오늘 인터뷰 기사와 가장 관련 있는 위 책부터 책장을 넘겼다.


200여 쪽의 책을 단숨에, 그럼에도 요소요소에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오랜만에 접하는 묵직한 글이다. 내용 전체를 다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내 생각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나는 그의 생각을 지지하며, 나 또한 그런 삶을 살고자 한다.


그가 말하는 ‘엿이나 먹을’ 다른 말로 하면 ‘좆같은 인생’은 무엇일까. 바로 이런 놈들의 삶이다. 그는 그런 놈들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그가 10장에 걸쳐서 한 말을 내 독설로 바꾸어 전해보자.


1. 때가 되었는데도 부모 밑에 붙어사는 놈에게


“야 이놈아, 부모를 버려야 진짜 인간이 되는 것이야. 네가 정말 자유로운 존재가 되길 원한다면 당장 부모님 집에 나와! 그리고 네 손으로 돈을 벌어.”


2. 국가가 국민의 것이라고 환상에 젖어있는 놈에게


“야, 이놈아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죽은 인간이 되는 것이야. 유사 이래 국가는 특정 소수자의 것이었지, 전체 국민의 것이 된 예가 없어. 국가가 제일 좋아하는 놈이 바로 그런 골빈 인간이야. 국가는 삐딱하고 저항하는 놈을 제일 싫어 해, 하지만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너는 인간을 포기한 것이야.”


3. 머리를 폼으로 달고 다니고, 동물다운 것을 인간답다고 궤변을 늘어놓는 놈에게


“야, 이놈아,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생각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인간임을 포기한 거야. 감정과 본능에 의지하지 말고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참다운 이성을 찾아, 그것으로 세상의 불의와 한번 세게 붙어봐. 우린 동물로 태어났지만 정신을 고취해 인간으로 죽어야 하는 것이야.”


4.공부 잘 해 좋은 직장 취직하는 게 인생의 목표인 놈에게


“야, 이놈아. 직장 노동자라는 게 무엇인지 아니, 그 실질은 노예야, 가축인 게야. 무엇이 삶의 본질인지 생각해 보았니. 그건 어떻게 살든 네 멋대로, 네 자유와 함께 하는 삶이야.”


5. 기적의 전설과 환영의 존재를 실존한다고 우기며, 죽은 다음 천당 가겠다고 신을 찾는 놈에게


“야 이 놈아, 정신 똑 바로 차려, 마음의 눈을 떠봐, 환상을 깨끗이 걷어 내, 네 머리를 써서 생각해 봐.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야. 삶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쟁취하는 것이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치는 것이야.”


결국, 마루야마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독립적인 존재,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그것을 위해 부모로부터, 고용주(직장)로부터, 국가로부터, 종교로부터 떠나라는 것이다.


다소 과격하지만, 음미해 본다면, 이 질식할 것 같은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경구가 되는 말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