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문학

나는 길들지 않는다

박찬운 교수 2015. 9. 26. 19:42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은 오로지 마루야마 겐지와 시간을 보냈다. 어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읽은 후, 연 이어 그 전작인 <나는 길들지 않는다>까지 읽었다. 두 책을 읽어보니 마루야마의 그 ‘독한 인생론’이 확연히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런 기억은 잊지 않는 게 좋다.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내 기억 한편에 살아 있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책을 손에서 떼자마자 그 핵심을 더듬는다.


그가 말하는 핵심 키워드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에서 보았듯이, 독립, 자립, 자유다. 그는 절대적인 독립, 절대적인 자립,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한다. 그의 말에서 저항감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일찌감치 이 책을 덮으라. 그의 말에서 강한 울림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끝까지 이 책을 읽으라. 당신의 삶에 결단을 내릴 날이 올 것이다.


한마디로 마루야마는 선동가다. 연단에 서서 피를 토하며 적을 공격하고 세상을 바꾸자는 식의 선동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마음의 뿌리를 흔들어 삶 그 자체를 잘근잘근 씹게 하는 진짜배기 선동가, 선동가 중의 선동가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길들지 않는 사람이다. 누구도 그를 길들일 수 없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라고 한다.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패배를 인정하고, 적당히 지배받으면서 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죽는 순간까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그가 세상의 소수파로 사는 것은 부득이 한 일이다. 그 스스로 자신을 신세계를 개척하는 소수파라 규정한다.


“기존의 개념 전체에 의문을 품고, 때로는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지금까지 사람이 살아온 존재 양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세상의 흐름을 공공연하게 거역하고, 그 때문에 때로 불거진 존재가 되고 침울한 존재가 되나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격렬하게 살아가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어디까지나 정열적인 소수파 말이다.”(233)


이 책의 핵심 구절 몇 군데를 옮기면서 그의 생각을 따라가 보자.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는다

“산 자에게 유일무이한 보물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진정한 자립이며 진정한 젊음이다. 하지만 무수한 욕망과 무수한 정념이 그 길을 가로막아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자는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가시밭길이다. 투쟁의 연속이며 숨 돌릴 틈도 없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사는 것의 진정하고도 깊은 맛은 자신이 확신을 갖고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192)


국민이기에 앞서 인간으로 살겠다

“나는 언젠가 국민의 한 사람이기 전에, 사회의 일원이기 전에, 지역 주민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이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이것은 내 인생이고 내 생명이며, 나는 다른 누구에게 종속되기 위한 존재 따위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대전제이며 기반 중의 기반이다.”(221)


불합리한 외압에 싸우겠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외압이 나의 자유를 위협하고 봉인하려 들면, 손익계산서와 왜곡된 이념으로 무장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패거리들은 물론, 허식의 그림자에 떨며 따르는 대부분의 소극적인 사람 역시 적으로 돌릴 것이다.”(222)


나 자신의 법률에 따르겠다

“국가의 법률이 있기 전에 나 자신이 법률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후자를 우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즉, 누군가가 멋대로 정한 일을 일일이 얌전하게 따를 마음은 없다는 뜻이다. ... 전통이라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니까, 일본의 문화니까, 그런 추상적인 이유로는 절대 따르고 싶지 않다.”(222)


이 정도면 마루아마의 생각을 달리 해설할 필요가 없다. 참다운 인간이 죽음의 순간까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자유다. 그것은 자립이다. 그것이 참다운 인간의 모습이다. 비록 국가라는 족쇄에, 우리의 손과 발이 묶여 있다고 해도, 그것에 굴복해선 안 된다.


자유와 자립의 대가로 고통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게 바로 내 운명이야’ 하면서 기쁘게 받아들이는 삶, 그것이 자유인이 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