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천불천탑 미얀마

천불천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6)

박찬운 교수 2016. 1. 20. 16:37

천불천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6)

 

뉘안 씨와 나눈 미얀마에 관한 이야기들

 



나는 일주일 동안 미얀마 인으로 뉘안은 한국인으로 살았다.



바간에서 뉘안과 보트를 타고 이라와디 강을 유람하다가 함께 일몰을 구경했다. 뒤에 보이는 파고다가 부파야.



이제 미얀마 여행기를 끝낼 시간이 왔다. 생각 같아서는 이 기회에 미얀마 수도 양곤도 좀 쓰고 싶은데 여력이 없다. 양곤 시내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미얀마 3대 보물 중 하나인 쉐다곤 사원만은 소개를 해야 하는 데...아쉬움이 남는다.

 

글을 마치면서 이제까지 쓰지 못했지만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몇 개를 골라 보았다. 이것들은 모두 여행기간 중 나와 뉘안 씨 간에 나눈 대화인데, 독자들의 미얀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얀마 승려,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얀마에 가면 어딜 가도 빨간 가사를 입은 승려들을 만날 수 있다. 그 많은 승려를 볼 때마다 의문이 생기는 건 미얀마에선 왜 저렇게 승려가 많은가, 혹시 출가를 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신쀼 행사. 어린이는 이 날 부처님의 아들로 탄생한다. 사진 위키피디아




수 십 명의 승려들이 아침 탁발을 위해 맨발로 걸어오고 있다. 바간에서.

 

뉘안, 미얀마 사람들은 모두가 승려가 되고 싶은 건가요?”

하하하, 그런 건 아니오. 다만 승려생활은 누구나 한두 번 해보지요. 열 살 무렵에는 신쀼라는 의식을 치러요. 이 행사를 통해 부처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이지요. 내가 어릴 때는 머리를 깎고 한 달 정도 수도원에서 생활했어요. 요즘 아이들도 머리를 깎고 수도원에서 일주일은 생활하지요. 나는 20대에도 한 달 정도 머리를 깎고 수도원 생활을 했다오.”

 

그럼, 뉘안은 자녀 중 하나를 승려로 만들 생각이 있는가요?”

하하하,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저 내가 경험한 정도를 경험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봐요. 평생 승려가 되는 경우는 집안 좋은 젊은이 중에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 택하는 길입니다. 수도원은 하나의 구제기관이기도 하거든요. 미얀마에서는 승려가 되는 데 제한이 없어요. 나이가 든 다음에도 배우자가 허락하면 승려가 될 수 있어요. 그 경우 배우자와 같이 살 순 없지만 가족과 내왕은 합니다.”

 

미얀마 학승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이번 방문 중 바간으로 떠나기 전 날 뉘안 씨와 나는 쉐다곤을 비롯 양곤의 사원 몇 군데를 방문했다. 그 중 한 군데인 마하 빠사나 구하 사원에 갔을 때다. 이곳은 미얀마의 초대수상 우누가 세계 불교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만든 사원으로 인도의 사따 빠니 동굴을 본따 인공적으로 만든 동굴형 사원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주 희한한 광경을 목도했다.




양곤의 마하 빠사나 구하 사원



암송 시험을 보는 광경, 3인 1조로 시험을 보는 데 지금 누워 있는 승려가 수험생이고, 그 옆과 앞의 승려가 시험관이다. 우리로선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수험생이 누워서 답을 한다? 와불이 있으니 살아 있는 승려도 저렇게 하는 게 당연하단 말인가?




최고 레벨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외워야 하는 경전과 인증서, 이 관문을 통과하면 그 승려는 미얀마의 모든 교통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원은 체육관 같이 넓은 내부 공간을 갖고 있었는데 거기에 많은 승려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어 뉘안 씨에게 물었다.

 

뉘안,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오?”

지금, 시험을 보고 있는 겁니다.”


시험요?”

그래요 미얀마에선 승려들이 경전을 외우는 시험을 보고 그것에 따라 일종의 타이틀을 받습니다. 저기 보이는 경전이 있지요. 급수에 따라 경전이 다른데, 저 마지막 것을 다 외우는 승려는 국가에서 미얀마 내에서의 모든 교통기관을 무료로 제공하지요. 영예로운 타이틀입니다.”


시험을 어떻게 봅니까?”

저기 보면 세 승려가 있지요. 평상에 앉아 있는 사람이 시험을 보는 승려이고, 앞과 옆의 승려는 시험관이에요. 시험은 특정 경전의 첫 부분을 시험관이 읽다가 그치면 그 뒤를 수험생이 마저 외우는 방식인데, 한번에 25분씩 하지요. 그렇게 하루 8번씩 21일간 계속됩니다.”


? 21일간요? , 정말 장난이 아니군요. 미얀마에서 제대로 된 승려가 된다는 게 말입니다.”

 

미얀마의 환경보존과 위생... 거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미얀마 어딜 가도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환경오염이었다. 양곤도 그렇지만 바간도 예외는아니었다. 파고다 근처 곳곳에 쓰레기가 춤을 춘다. 도로 가에도 치지 않은 쓰레기가 그대로 있다. 길 거리에서 뭘 먹는 사람들도 뒤처리는 나몰라 한다. 미얀마에선 이런 게 모두 자연스럽다.





인레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은 식당은 겉보기에 아주 볼품이 없었다. 그렇지만 저 화장실을 보라. 상당히 깨끗하지 않은가. 변기 옆에 물이 있어서 용변을 보고 뒷물을 할 수 있다.


뉘안, 미얀마 어딜 가도 쓰레기가 많아요. 환경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 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맞습니다. 심각합니다. 내가 사는 몬 주의 몰람양은 바닷가인데 거기가 온통 쓰레기 더미입니다. 언젠가 그것을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어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아직 그런 데에 신경을 못 쓰고 있어요. 저도 빨리 이런 게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들어가 본 화장실은 미얀마의 다른 환경에 비하면 놀랍도록 깨끗하다는 사실이다. 바간의 식당은 물론 인레호수로 가는 길에 들른 여러 식당의 화장실은 그 청결도가 예상을 뒤 엎는 것이었다. 그 화장실 밖은 쓰레기로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데도 화장실 내부는 (수동식) 수세식이다. 변기도 깨끗하고 그 옆에는 물이 있어 용변을 보고 뒷 물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뉘안, 한 가지 놀란 게 있어요. 미얀마 사람들은 원래부터 화장실이 이렇게 깨끗했어요밖의 환경과는 너무 달라요.”

, 그게 역사가 있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얀마 사람들 가정엔 대부분 화장실이 없었어요. 다 들 집 주변 숲에 들어가 적당히 일을 보았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정부에서 화장실 프로젝트를 아주 대대적으로 하고 있어요. 위생교육을 시키고 변기를 나누어주고 있지요. 식당 같은 곳은 1차적인 대상이니 대부분 화장실은 깨끗해요.”

 

이런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교육수준 그리고 정부의 의지다. 사람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나는 이런 대화를 하면서 미얀마 인들도 조만간 환경보존과 위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이미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화장실을 보니 희망이 보였다.

 

미얀마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어떻게 미얀마 민주화는 잘 진행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2월 달에 정권이 교체되는 데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대통령 후보나 장관 후보가 발표되지 않았어요. 모두가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얀마 국가인권위원회 뉘안 조 인권위원 방에서. 잠시 미얀마 인권위원이 된 것 같다. ㅎㅎ.


아웅산 수지 여사는 미얀마 헌법상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 그건 이미 보도가 있었어요. 수지는 자신이 대통령이 못 되어도 분명히 지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요. 프로페서 박, 내가 하나 질문할게요. 수지의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양곤 시내에 있는 아웅산 수지 여사의 자택




아웅산 수지의 아버지 보조 아웅산 장군 동상, 아웅산 장군의 동상은 미얀마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역시 존경받는 독립영웅임이 틀림없다.




아웅상 수지(1945-),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 현재는 다수정당 NLD의 리더다. 2016년  2월 NLD로 정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그녀의 리더십이 관심이다.


저도 그것을 한국에서 보도를 통해 알고 있어요. 저는 사실 우려가 됩니다. 실질적 영향력은 있는데 그게 형식적 권위로 연결이 안 되면 자칫 정정이 불안하지 않을까요? 사실 아직 군부는 수지에 대해 우호적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는데... 수지가 소위 수렴청정을 하면 군부가 가만히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수지가 마지막으로 자기희생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NLD의 수권능력을 보여주고 국민과 군의 지지를 받아 종국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군부를 완전히 문민정부 밑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게 미얀마 민주화의 목표라면 수렴청정으로 정국을 끌고 가는 것은 굉장히 불안합니다. 수지가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프로페서 박, 좋은 말씀입니다. 미얀마를 위해 좋은 말씀 해 주어 고맙습니다.”


과연 미얀마의 민주화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미얀마의 미래를 위해 조용히 손을 모아 합장했다. 미얀마여! 너는 바른 길로 가거라, 그리하여 이 아름다운 나라를 불국토로 만들거라!  (끝)


(2016.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