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천불천탑 미얀마

천불천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4)

박찬운 교수 2016. 1. 18. 06:31

천불천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4)

 

사진으로 보는 바간의 대표적 파고다




바간의 파고다

 

, 오늘은 바간의 대표적 파고다를 내가 찍은 사진으로 감상해 보자. 바간에는 2천 개가 넘는 파고다가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죄다 본다는 것은 여행자로선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딜 가도 랜드마크가 있고, 꼭 봐야 할 대상이 있는 것처럼, 바간의 파고다도 마찬가지다. 바간에 가서 이것을 보지 않았다면 돌아와서 몹시도 후회할, 이름하여 must-go place가 있다. .

 

나는 이 대표적 파고다를 두 가지 양식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지난 회에 말한 것처럼 파고다의 대표적 양식 파토와 제디다. 파토는 아래 기단 부분에 회랑을 만들어 불상을 모셔 순례자들이 참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위에 탑을 올린 양식이다. 제디는 파토와 같은 회랑이 없이, 땅 위에서 바로 탑이 올려진 양식이다.


파토식 파고다


고도팔린



고도팔린은 13세기 초 파고다로 바간박물관 근처에 있다. 바간왕국 후기 파고다를 대표한다. 높이가 같은 4각형 건물을 2층으로 쌓은 다음 그 위에 탑을 올렸다. 아래 층에는 아치형 통로가 있고, 4면에는 불상이 배치되어 있어 순례자들이 참배를 할 수 있다.




순례자들은 고도팔린 1층 회랑 4면에 있는 불상 앞에서 참배를 한다.




회랑은 이런 식이다.



고도팔린의 외부에서 위로 올라가면 테라스를 통해 4면을 모두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필자 뒤로 탓빈뉴가 보인다.


 

탓빈뉴




12세기 건축된 것으로 62미터의 높이로 바간에서 가장 높은 파고다다. 고도팔린과 마찬가지로 아래층과 윗층은 높이가 같고, 2층 위로 탑이 올라가 있다. 각층의 테라스는 하나씩 줄어드는 모습인데 모서리에 작고 뾰족한 첨탑들이 세워져 있다.




탓빈뉴의 1층 회랑에 있는 불상



탓빈뉴 1층 회랑의 불상 앞에서 순례자들이 참배를 한다. 이런 참배의 모습은 바간의 사원 어딜 가도 볼 수 있다. 어떤 곳을 순례자들의 수가 유독 많은 곳이 있는데, 그것은 그 사원의 부처님의 가호가 다른 곳보다 영험하다는 소문 때문이다.

 

아난다




아난다 사원은 바간은 물론 미얀마를 대표하는 사원 중 하나다. 내가 바간에서 둘러본 사원 중 쉐지곤과 함께 가장 많은 순례자들을 본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 사원은 13세기 이후 바간이 사실상 버려진 이후에도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원을 건설한 왕은 아노라타와 함께 미얀마 최초 통일왕국을 세운 짠지타 왕이다. 


이 사원의 특징은 파토식이지만 1층 내부 회랑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돌출되어 있어 위에서 보면 파고다 밑면이 열 십 자 형태를 띄고 있다.








아난다 불상의 특징은 위 사진처럼 입상이다. 동서남북에 9.5미터 높이의 네 개의 입상이 있다. 맨 마지막 사진이 석가모니불이다.




아난다 파토의 1층 내부는 아치형 회랑으로 둘러쌓여 있고 벽면에는 구멍을 뚫어(벽감) 좌불상을 하나씩 넣었다.



필자가 아난다에 도착했을 때 사원 외부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자세히 보니 완전 전통공법이었다. 비계는 철제가 아닌 대나무를 쓰고 있었다.

 

틸로민로



바간 파고다 중 반드시 가야 할 일급 사원이다. <유리궁 연대기>에는 이 사원을 건설한 13세기 초의 제야테인카 나다웅미아가 왕이 된 사정을 기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재미 있다. 선왕이 서열이 낮은 아들 나다웅미아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아들 다섯을 불러 자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 왕의 상징인 양산이 향하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양산은 왕의 뜻때로 나다웅미아에게 향했고, 후일 그는 자신의 양산이 자기쪽으로 기울어진 장소에 바로 이 사원을 세웠다고 한다. 틸로민로는 '양산이 선택한 왕'이라는 뜻이다.



파토식인 틸로민로엔 사면에 이런 좌불상이 있다.



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한 떼의 어린아이들이 와서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스님이 인솔해 왔는데 장난꾸러기 같지만 불상 앞에선 의젓하게 참배를 하였다. 과연 미얀마 어린이답다.



1층 내부 회랑은 이렇게 되어 있다. 지금은 거의 떨어져 나갔지만 건설 당시엔 프레스코 벽화가 매우 화려하게 그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저녁 노을에 물든 틸로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담마얀지

 


담마얀지는 12세기 건축물로 바간의 파토양식의 파고다 중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이집트 피라미드로 보는 듯 바간 어디에서도 그 자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장중함이 돗보인다. 이 사원이 원래부터 이렇게 피라미드 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이유는 모르지만 현재의 파고다 최상부 탑신이 사라진 것이다. 


거대한 사원임에도 벽돌이 매우 정교하게 쌓여 있어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파고다는 나라투라는 왕이 건축한 것인데, 왕은 매우 포악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사원을 건축하면서 벽돌과 벽돌 사이를 접착제를 쓰지 않으면서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도록 공사를 하도록 했고, 이를 위반하면 가차없이 인부들을 죽였다고 한다.


이 사원의 맨 아래 기단을 보면 기본적으로 정사각형인데, 사면 출구가 돌출되어 있어, 위에서 본 아난다 사원과 매우 유사하다.







담마얀지의 내부다. 사면에 큰 좌불상이 놓여 있고, 불상 뒤로 회랑이 연결된다.



담마얀지 내부 회랑을 돌다가 이곳을 여러 번 왔던 민 아웅이 나를 비밀통로로 안내했다. 어두컴컴한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 앉아 잠간 피곤을 풀며 밖을 내다 보았다. 민 아웅이 쉬고 있는 나를 찍었다!


마하보디

 


마하보디는 바간 파고다 중 외형적으로 가장 특이한 것이다. 탑신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탑신을 잘 보면 7층으로 되어 있는데 외부에 작은 벽감을 만들고 그 속에 불상을 하나씩 넣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파고다는 13세기 초 건축된 것으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 인도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을 모델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마하보디 사원은 중앙탑신 뿐만 아니라 아래 기단 사면에도 작은 벽감 만들어 수 백 개의 불상을 조각해 넣었다.


 

제디식 파고다


밍글라제디

 


내가 보기엔 바간의 제디 양식의 파고다 중 두 개는 필히 가 볼만 하다. 하나가 바로 이곳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에서 보는 쉐지곤이다. 물론 아침에 일출을 보았던 쉐산도도 거의 비슷한 모양의 제디 양식 파고다이나 규모면에서나 아름다움에 있어서 밍글라제디를 따라오긴 어렵다. 아마도 이 사원은 쉐지곤이 만들어진 후 그것을 본 따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외부를 보면 3개의 테라스를 볼 수 있는데 각 테라스는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 올라갈 수 있다. 테라스에 올라 사위를 둘러보라. 바간의 파고다 군을 볼 것이다. 경치가 끝내 준다. 




밍글라제디의 외부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아래 부분을 보면 불교의 여러 에피소드를 조각해 놓았다.



밍글라제디의 칵 테라스 모서리엔 이런 형태의 작은 탑이 설치되어 있다.

 


쉐지곤



쉐지곤은 11세기 말 12세기 초에 완성된(아노라타가 시작해 짠지타가 완성) 바간을 대표하는 사원 중 하나다. 지금도 이곳은 전성기 때의 사원인 양 순례객들로 붐빈다. 외부에 칠해진 금박만 벗겨나면 앞에서 본 밍글라제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미얀마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황금 사원은 바로 이 쉐지곤의 후예다. 양곤의 최대 사원인 쉐다곤도 그 역사가 2,500년이라고 하지만 양식적으론 바간 양식으로 쉐지곤을 닮았다.




쉐지곤을 한 바퀴 돌다보면 사각에 사자를 한 마리씩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머리는 하나지만 몸통은 둘이다.



 

 

나는 쉐지곤을 방문하면서 예술 사진 하나를 찍었다. 사원은 큰 길에서 긴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간다. 이 긴 복도의 기둥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아침 햇살에 그림자가 드리우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우리 일행이 쉐지곤을 들어가는 시간에 이곳에서 어느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꼬마 스님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있겠는가? 나도 그들과 함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