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교수의 수사구조론 해설
1. 머리말
나는 그동안 검찰개혁과 관련해 많은 글을 써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관계, 검경 관계의 재편,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등에 관해 다양한 제안을 해왔는데, 이 글에서는 그 핵심(수사구조론)을 도해를 이용해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나의 주된 관심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수사-기소 분리원칙의 취지를 살리면서 독립적인 수사 주체가 된 경찰을 통제하는가에 있다.
나의 제안을 설명하기 전에 비교법적 고찰을 간단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 제도의 뿌리는 일본과 독일이다. 독일의 수사구조가 일본을 통해 우리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이에 이 두 나라의 상황을 도해를 사용해 설명한다. 이 두 나라의 상황을 보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시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독일의 수사구조-절대적 검사 우위의 경찰 수사 통제
내 안을 설명하기에 앞서 독일의 수사구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 모델은 대륙법계 국가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사 통제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형사소송법(StPO)의 핵심은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Herr des Ermittlungsverfahrens)로 설정한다는 점이다. 경찰이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검사에게 보고해야 하고(제163조), 그 이후 수사는 검사의 지휘 아래 진행된다. 검사는 경찰에 수사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경찰은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제161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사가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신문하는 것도 허용된다(제163a조). 수사가 종결되면 검사가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제170조).
결국 독일은 우리처럼 경찰 단계와 검찰 단계로 나뉜 이 단계 구조가 아니다. 수사 개시 단계부터 검사가 지휘하고 경찰이 그 아래서 실행하는, 사실상 검경 합동수사 구조다. 다만 검경의 관계는 수평의 관계가 아니다. 검사는 머리, 경찰은 손발의 역할을 하는 관계다. 수사의 흐름을 도해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3. 일본의 수사구조 — 검찰 우위의 협력관계
일본의 수사구조는 독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메이지 초기(1880년)에는 프랑스 치죄법을 모델로 삼았으나, 1890년 형사소송법 제정 시 독일 모델로 전환하면서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설정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1922년 형사소송법에서 이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전후 1948년 형사소송법은 미국 점령 하에서 미국식 당사자주의 요소를 대폭 수용했으나, 검찰 중심의 수사구조 기조는 유지되었다.
그러나 전후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의 독자성이 강화되면서 검경 관계는 점차 수평화되었다. 오늘날 일본의 검경 관계는 법적으로는 검찰 우위이되, 실제 운용에서는 협력관계에 가깝다.
법적 구조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193조가 핵심이다. 검사는 경찰에 대해 두 가지 지휘권을 갖는다. 하나는 수사에 관한 일반적 준칙을 정할 수 있는 일반적 지휘권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진행할 때 경찰에 구체적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구체적 지휘권이다. 경찰은 이에 따를 의무를 진다. 법문상 검찰 우위 구조는 여전히 살아 있다.
수사 절차는 우리와 같은 2단계 구조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 전건송치가 원칙이되, 미죄처분(微罪処分)이라는 예외가 있다. 경미한 사건에 한해 경찰이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고 자체 종결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미죄처분도 검찰(지방검사장)이 정한 기준 안에서만 허용되므로, 검찰의 통제 바깥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요약하면 일본 모델은 독일식 검사 주재 구조에서 출발했으나, 경찰의 독자성 강화를 거치면서 검찰 우위의 협력관계로 자리 잡은 형태다. 수사구조를 도해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4. 박찬운 교수의 기능분리론ㅡ수사·기소 분리원칙의 현실적 적용
독일 모델은 검사가 수사 주재자로서 경찰을 직접 지휘하는 구조다. 일본 모델은 법적으로 검찰 우위를 유지하면서 경찰과 협력하는 구조다. 두 모델 모두 검사의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법률상 폐지됐다. 지금 와서 수사지휘권 회복을 주장한다면 검찰개혁을 주도해온 측이나 경찰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독일식도 일본식도 우리 현실에서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한 가지는 주목할만하다. 이들 나라의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매우 제한적으로 한다고 해도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 대안은 무엇인가.
기능분리론의 핵심
나는 검찰개혁의 주된 방법론으로 제시된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기본적으로 따른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 판단은 검사가 담당하는 구도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은 검사가 경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갖추는 데 있다.
그 전제 장치가 바로 전건송치와 보완수사권이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든 사건을 예외 없이 검사에게 송치해야 한다. 검사는 송치된 기록을 검토해 수사의 적절성과 혐의의 상당성을 판단한다.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검사는 (미흡하나마) 수사지휘권 없이도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능만 분리한다고 해서 효율적인 수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 검경 간 정보 공유, 수사 협의, 긴급 공조, 이견 조정 등의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사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검경 협력장치를 촘촘하게 규정하는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요약
나의 기능분리론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상실된 상황에서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현실적 조건 안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다. 수사지휘권 대신 전건송치와 보완수사권을 통해 검사가 경찰 수사를 사후적으로 통제하고, 형소법상 협력장치로 수사의 효율성을 담보한다. 수사와 기소의 기능을 분리하되, 그 분리가 통제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연결고리를 단단히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안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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