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공화국에서 제발 벗어납시다
뜬금없는 이야기라 할지 모르지만 한마디만 하지요. 우리나라 고소·고발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무분별하게 고소·고발하고 쓸데없는 일에 수사력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통계에 따르면 고소 사건은 해마다 전체 형사사건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한 해에 고소·고발로 형사절차에 휘말리는 사람이 70만 명이 넘습니다. 인구 5천만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인구가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일본의 고소·고발 건수는 연간 1만 건 정도입니다. 우리의 50분의 1입니다. 인구 비례로 환산하면 한국은 일본의 100배 넘게 고소 고발을 합니다.
숫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소·고발의 성격도 문제입니다.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 건수는 2010년 2만 2천여 건에서 2020년 7만 9천여 건으로 10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기소 처리 건수는 연평균 1만 1천 건 수준으로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고소의 압도적 다수가 기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이 남용적 고소·고발이라는 것입니다.
정치권의 고소·고발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8일 만에 고소·고발이 137건 쏟아졌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17건입니다. 정적을 흔들고 싶으면 고발장부터 쓰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지만 정작 그것을 솔선수범하는 이들이 정치인들입니다. 이러니 판검사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분쟁이 생기면 대화보다 고소장을 먼저 씁니다. 채무 관계, 이웃 갈등, 직장 내 다툼, 온라인 댓글 하나까지 모조리 형사절차로 끌고 옵니다. 심지어는 자식이 학교에 가서 울고 오면 학부모가 선생님을 고소합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니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고소·고발 공화국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겠습니다. 고소·고발을 제한하는 명확한 입법을 해야겠습니다. 고소·고발 각하 요건을 형소법에 명확히 하고 그 요건에 미치지 못하면 사건 접수와 동시에 각하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용하는 이에게 엄한 책임을 물려야 합니다. 검찰개혁 입법 끝나면 바로 이것부터 추진합시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싸움을 하더라도 제발 말로 합시다. 변호사들은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돈 버는 것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방 감옥 보내겠다고 경거망동하면 피차 감옥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의뢰인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2026.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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