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안 비판 (1)
오늘 국회에서 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시민 주도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모임과 여권·무소속 의원들이 함께 내놓은 안이다. 이들은 정부안과 별개로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마련한 안이라 밝혔고, 앞으로 입법 논의를 이 안을 중심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전환을 앞두고 나온 안이니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아침에 내가 우려한 그대로다.
이 안은 수사·기소 분리원칙을 교조적으로 적용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어떤 경우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형소법이 인정해 온 검사의 예외적 직접 보완수사를 완벽히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검사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다. 실체를 밝히기 위한 눈과 귀는 오로지 경찰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분리라는 방향은 옳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방향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모든 설계가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옳은 방향도 잘못 설계하면 국민에게 해가 된다.
한 가지 미리 밝혀 둔다. 이 안에는 인권수사를 위한 장치도 담겨 있다. 수사인권보호관, 변호인의 실질적 조력, 조사 과정의 녹화 같은 것이다. 그 취지는 존중한다. 다만 이 글은 수사구조에 한정한다. 인권수사 장치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은 수사구조를 먼저 정리할 때다. 인권수사는 수사구조를 정리한 후 시간을 갖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
이제 이 안을 세 가지 면에서 따져본다. 국민에게 이로운가. 검사의 구속제도가 형소법의 기본원리와 앞뒤가 맞는가(정합성). 입법으로서의 현실성과 정밀성은 높은가.
먼저 국민의 이익이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성폭력 사건을 보자. 목격자도 영상도 없이 진술만 맞선다. 진술의 신빙성은 기록만으로 가릴 수 없다. 검사가 피해자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기소 여부를 정한다면, 그 결정을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가. 대형 부패사건에서는 검사가 기록의 허점을 발견해도 직접 메우지 못하고 경찰에 돌려보내야 한다. 사건이 오가는 사이 증거는 사라지고 공소시효는 흐른다.
이의신청 사건은 더 절박하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피해자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했다. 사건은 비로소 검사에게 넘어온다. 피해자는 검사에게 이 사람을 꼭 한 번 조사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런데 검사는 그를 부를 수 없다. 기록만 보고 판단하거나, 사건을 다시 경찰에 돌려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 경찰은 이미 혐의가 없다고 본 경찰이다. 같은 경찰에게 사건을 다시 맡겨 진실이 밝혀지겠는가. 마지막으로 기댄 검사마저 직접 살피지 못한다면, 피해자는 어디에서 억울함을 풀 것인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도 다르지 않다. 경찰 단계에서 충분히 밝히지 못한 사람이 기소 전에 검사 앞에 설 기회를 잃는다. 결백한 사람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도 공소기관의 책임이다.
검수완박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 설계는 피해자와 피의자를 함께 억울하게 만든다. 진실에 다가설 눈과 귀를 검사에게서 거두는 것이 어떻게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
다음은 검사의 구속제도의 법리적 정합성이다.
검사의 구속기간은 본래 검사가 수사하기 위한 제도였다. 피의자를 인치받아 직접 조사하고 기소를 준비하라고 둔 기간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서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한다. 검사의 구속기간은 보완수사요구를 위한 기간이 되고, 그 연장 사유마저 경찰의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제203조, 제205조). 이상하지 않은가. 수사하는 자가 경찰이라면 구속기간도 경찰의 것이어야 한다. 차라리 경찰의 구속기간을 늘리는 편이 앞뒤가 맞는다. 검사가 직접 수사도 못 하면서 검사의 구속기간을 그대로 두는 것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이 안대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못한다면 기소 전 구속제도는 법원 구속의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손을 봐야 할 것임)
끝으로 입법 기술의 현실성과 정밀성이다.
개정안은 검·경 협력을 말한다. 그러나 선언에 그친다. 현행의 상호협력 조문을 지우고, 협력을 경찰의 일방 의무로 낮춘 뒤 그 구체적 방안은 대통령령에 미룬다(제195조). 협력의 핵심은 법률이 떠받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행령으로 미룬다면 어떤 실효성 있는 구속력 있는 방안이 나오겠는가. 공소심의회도 마찬가지다. 종래의 논의는 검찰청에 두는 기소심의회에서 시민이 참여해 기소 여부를 함께 판단해 보자는 정도였다. 이 안은 그 구상을 훌쩍 넘어선다. 심의회를 법원에 두고, 불기소 사건의 불복절차와 공소제기 여부까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일응 현재의 검찰항고 제도와 기소심의회(혹은 기소배심)를 한 절차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인 것 같은데, 현실적 수용 가능성 입장에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절차적으로도 기소배심을 피의자나 피고인이 중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고(피의자가 신청을 하면 검사가 아직 수사 중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 상태에서 심의회가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시민 중심의 위원회 방식으로 그 수많은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안이 그대로 형소법 개정의 바탕이 되어 국회를 통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을 이후 피의자나 피해자의 곡소리가 우리 귀에서 떠나질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이재명 정부의 족쇄가 돼 2년 후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암울한 미래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202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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