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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더 깊이 절망하겠습니다. 더 높이 희망하기 위해서” 제법 책이란 것을 끼고 살아왔다. 누구 말대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는 생각을 갖고 말이다. 호기심도 많아 여러 장르의 책을 읽었다. 나는 그것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고, 그것으로 세상을 보아왔다. 그런데 내가 피한 책이 있었다. 동시대의, 동년배의 작가들이 쓰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소설은 그냥 글재주로 써선 안 되지, 그것은 경험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내게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아. 뭐, 이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동년배의 작가, 더욱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작가의 글에서 그런 감동을 기대하지 않았다. 우연한 인연으로 작가 공지영을..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나는 지난 가을 반 고흐에 빠졌다.자나깨나 그가 내 머리를 지배했다.나는 그를"알고 싶고, 보고 싶고, 이해하고 싶었다."이 책은 그것들에 대한 나의 기록이다.“나는 3개월 동안 원고지 800매에 가까운 를 쏟아냈다. 어떤 주는 30매에 달하는 글을 주 5일 연재하기도 했다.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하는 자세로 마음을 정돈하고 자판을 두드렸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들린 듯 글을 썼다. 마치 고흐가 마지막 70일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여정을 내가 반복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고흐는 오베르에서 그 짧은 기간을 살면서 매일 한 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작품 활동 중 가장 큰 그림을 거기에서 그렸다. 절정의 붓질이었다. 그 기가 나에게도 전달된 ..

책과 인생 2015.09.26

당신은 독립적 존재입니까?

당신은 독립적 존재입니까? 2년 전 오늘, 저는 스웨덴 생활을 정리하면서 신문에 기고를 하였습니다. 페친분들이 한 두번 읽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년이 된 오늘, 저는 다시 이 글을 읽어 봅니다. 인간행복에서 자유와 독립은 필요조건이라는 믿음은 점점 강해져만 갑니다.일독을 권합니다! 스웨덴 체류시절 스웨덴 젊은 친구들과 공동생활을 했습니다. 30전후의 두 커플, 저와는 20년 이상의 나이 차가 있었지만, 그들의 정신연령은 우리나라 사람들 40, 50세수준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내가 저 친구들보다 20살이 많은 데도, 나의 정신연령이 저들보다 어리구나!" 왜 스웨덴 청년들은 그리도 성숙할까요? 저는 그 해답을 그들이 살아 온 자유와 독립성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

나의 주장 2015.09.26

블루 드레스

[관대한 복수! 남아공의 한 재판관... 그리고 대한민국의 재판관] 세상엔 수많은 책이 있지만 우린 그것을 다 읽지 못한다. 그 책들 중에서 꼭 읽어야 할 책을 읽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것이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일요일 아침, 아무도 깨지 않을 시간에, 나는 조용히 일어나 독서를 한다. 얼마 전 사놓은 책 . 이 책은 나의 페친인 채형복 교수(경북대 로스쿨 국제법)가 얼마 전 포스팅한 것이었다. (나는 믿을만한 친구가 좋은 책을 소개하면 메모했다가 책을 사는 버릇이 있다.) 이 책은 남아공 출신으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기승을 부릴 때 반인종차별주의의 투사로 살았고, 넬슨 만델라가 집권하자 초대 헌법재판관이 된 알비 삭스라는 재판관이 들려주는 남아공, 그 중에서도 헌법재판에 관..

‘카라마조프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

‘카라마조프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 쉽지 않은 독서를 끝냈다. . 학창시절부터 읽기를 원했던 책이었지만 사정상 그 요약본만 읽었던 책이다. 스토리는 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나는 때때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썼다고 하는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인간실존과 영원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 책과 마주했다.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틈만 나면 세계명작 중에서 읽기 힘들다고 하는 책만을 골라 읽고 있다. 2주 전 완역본 5권을 끝낸 다음 그 여세를 몰아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작년에 절반까지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 이번만큼은 완독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탔다. 이렇게 해서 나는 지난 한 달간 두 개의 대작 총 4천 쪽이 넘는 책을 읽었다. ..

‘쓸모없는 것’에 대한 찬양

‘쓸모없는 것’에 대한 찬양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거 인양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든답니다. 그 돈도 모두 우리 국민 세금이에요. 그거 인양한다고 해서 죽은 아이가 살아오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 그런 돈을 써야 하나요? 그저 죽은 아이는 가슴에 안고 사는 겁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의 지적 족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는 태어나서 무엇을 공부했고,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보나마나 답은 나와 있다. 그는 공리주의의 주술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 세상의 정의는 이것 하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돈으로 계산하여 이익이 되면 그게 진리인 게다. 힘이 있으면 그게 최고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겐 유용하지 않는 모든 것은 경멸의 대상이다. 그는..

독서하는 버릇에 대하여

독서하는 버릇에 대하여 이 글은 2011년 출판된 나의 첫 대중서 의 후기이다. 품격 있는 인생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독서를 하십시오. 그것 없이는 어떤 품격도 불가능합니다. 그것 없이는 어떤 것도 사상누각입니다. 이 자명한 사실에 어느 누가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독서를 제대로 하면서 사는 이는 대단히 적습니다. 독서는 고통이 따르는 것이기에 그것을 즐긴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다른 즐거움과 달리 일정한 훈련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히 이 즐거움을 맛보지 못합니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말입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면 어린 시절부터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혹시 상처가 될 말일지 모르지만, 자식의 ..

레 미제라블 완역본(5권)을 완독하고

[레 미제라블 완역본(5권)을 완독하고... 몇 가지 단상] 2015년 4월 4일 낮 12시 50분. 나는 드디어 제5권을 독파했다.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다섯 권을 읽는데 3주가 걸렸다. 일과시간을 제외하고 내가 확보할 수 있는 대부분 시간(새벽 2시간, 지하철 출퇴근 왕복 1시간, 귀가 후 1시간)을 이 책 읽기에 투자했음에도 총 2,500쪽(민음사)의 이 소설은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두어 시간 산책을 했다. 머릿속은 온통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 자베르 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돌아 와 잠시 생각을 정리할 때다.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이 소설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책이다. 지금 이것을 짧게라도 정리해 놓..

H 팩터의 심리학

을 읽고 매우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페친인 최동석 선생님이 추천하신 책을 메모해 두었다가 읽게 된 것이다. . 원래 영어로 쓰인 책이지만 책의 공저자인 이기범 박사가 한글로 번역한 것이니 한국인이 쓴 심리학책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내가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왜 정해져 있을까? 나는 ‘정말’ 아무나 하고 밥을 먹지 않는다. 학교에서 점심만큼 즐거운 시간이 없는 데, 그 시간을 아무나하고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들하고만 밥을 먹기 좋아할까? 학교에 와서 보니 교수들 사이도 친소관계가 있어 대체로 그 관계에 따라 몰려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이 학교만큼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저들은 왜 지들끼리만 몰려다니는 것일까? 평소 의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