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 3

로맹가리의 <새벽의 약속>

즐거운 고통, 읽기작년 초 공직에 임명되고 나서부터는 책다운 책을 진득하게 읽기 어렵다. 몸도 마음도 바쁘니 한 자리에 몇 시간씩 며칠을 보내면서 책을 읽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몸과 마음이 조금 지쳤다는 거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수백 쪽의 안건 보고서를 읽고 오면 집에선 당최 문자로 써진 어떤 것도 보기 싫다. 그저 머리 식힐 겸 영화나 보는 게 그나마 낙이다. 그 덕에 지난 한 해 수년 치 볼 영화를 한꺼번에 보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 며칠 간 열심히 읽은 책이 있다. 로맹가리의 (심민화 옮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동명의 영화를 보고 진한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모자지간의 사랑이 한 문호의 삶을 지배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바로 책을..

진심으로 사과하기, 그 중요성을 알려준 영화 <Aftermath>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은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조선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젊은 여성을 성노예화 했다. 그런 행위가 국제범죄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책임회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몇 차례 일본 정부의 유감 표명이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이를 진지한 사과로 받아들일 순 없다. 더욱 최근의 태도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상황이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의 수가 기십 명에 불과하고 그분들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때, 할머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돈 몇 푼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것은 아니다. 진심의 사과가 필요하다. 할머니들은 눈을 감기 전에 일본정부로부터 그 진심의 사과를 듣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서 일본정부와 싸우는..

영화이야기 2021.03.14

아가페 사랑이란? 영화 <새벽의 약속>

현대 프랑스 문학사에서 로맹가리(1914-1980)만큼 극적인 삶을 산 인물도 드물 것이다. 유대계로 태어나 홀어머니 미나와 두 개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힘겹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나는 모스크바의 무명 여배우로 어떤 남자를 열렬히 사랑해 아들을 낳았지만 남자는 모자를 버렸다. 20세기 초 아무 배경 없는 가난한 여인과 사생아 앞에 놓인 삶이란 안보아도 비디오. 그렇지만 이들 모자는 그저 가난과 각박한 삶으로 인생을 끝내지 않는다. 미나와 로맹가리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당시는 러시아 도시)와 바르샤바를 거쳐 꿈에 그리던 프랑스 니스에 정착한다. 미나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들은 언젠가는 최고의 인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니나는 유럽을 떠돌면서도 프랑스를 사랑했고 프랑..

영화이야기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