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소설 14

밤 하늘 빛나는 별이 되어

소설 아닌 소설(5)밤하늘 빛나는 별이 되어 1. “박변호사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이도 기뻐할 거예요. 생전에 제일 좋아하는 선배님이셨잖아요.” “당연히 제가 와서 술 한 잔 올려야지요. 그 친구 살아 있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어요. 그게 아쉽네요. 제수씨, 꿋꿋하게 살아야 합니다.” 내 사랑하는 후배 김성동이 간지 1년이 되었다. 평상시라면 혼자서 술을 마시는 내가 아니지만 오늘은 예외다. 나는 소주 한 병을 시켜 놓고 한 잔 또 한 잔을 비운다. 김성동!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의지의 사나이였다. 낭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고통 속에서도 사랑의 연가를 불렀고, 도망가는 여인을 붙잡아 기어코 그녀의 손가락에 언약의 ..

SNS 소설 2015.09.27

야곱의 씨름

소설 아닌 소설(2) 야곱의 씨름 #1 나는 그 해가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출발은 좋았지만 그것은 뒤이어 발생한 사건에서 내가 받을 고통을 배가시키려는 짓궂은 신의 장난이었다. 그 해를 피할 수만 있었다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리 했을 텐데... 하지만 그 운명은 유유히 내 인생 한 가운데로 걸어왔고, 나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야곱이 하느님과 벌렸던 한 여름 밤의 씨름판이었다. #2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이 밝았다. 2월 초 어느 날 사무장 권충석이 화급히 노크를 하며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변호사님, 이겼습니다. 재판부가 원고 청구 대부분을 인용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변호사 생활 10년 만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 해 전..

SNS 소설 2015.09.26

디케의 눈물

소설 아닌 소설(3) 디케의 눈물 대법원 중앙홀에 있는 정의의 여신 디케, 우리의 여신은 어쩐 일인지 칼대신 법전을 들고 있고 감아야 할 눈은 뜨고 있다. 칼이 없으니 정의를 실천할 방법이 없고, 눈을 뜨고 있으니 공평하지도 않다. 1. 3년 전 이맘 때였을 거다. “변호사님, 아니 교수님, 저 강명식입니다. 오늘 소장 넣었습니다. 청구금액이 40억입니다.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좀 기다립시오. 제가 교수님께 한 턱 낼 때가 곧 올 겁니다.” “그래요? 근데 왜 이리 늦었습니까? 좀 빨리 하시지.” “아, 그게 생각보다 꽤 걸리더군요. 변호사 선임하는 데 시간 좀 걸렸죠.” 전화통에서 들리는 그의 말소리는 예전과 달리 나이를 잊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변호사님, 제 나이가 올해 80입니다. ..

SNS 소설 2015.09.26

나의 영웅 나인국

소설 아닌 소설(1) 나의 영웅, 나인국 [오늘 무척 더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선 연신 땀이 흘렀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저는 긴 산책을 하면서 과거 일을 떠올렸습니다. 저녁 시간 조용히 앉아 자판을 두드립니다. 새로운 형식의 글입니다. 아래 이야기는 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분명히 소설입니다. 모든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아주 짧은 SNS용 소설입니다.] 내가 살던 추억의 거리, 사근동 거리 1. 금요일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나는 H 대학 기숙사 뒤 S 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여름인지라 아직 사위는 훤하다. 자주 들리는 형제식당을 향하다가 길가 삼천리 약국을 지나쳤다. 푹푹 찌는 기온 때문인지 활짝 열려진 약국 현관문으로 더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약국은 5-..

SNS 소설 201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