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LUND의 이곳저곳

룬드의 이곳저곳(4)-수도원 교회 등-

박찬운 교수 2023. 9. 10. 08:35

이제까지 룬드에서 가장 중요한 룬드 성당과 룬드 대학을 보았다. 이제는 그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자. 룬드에는 이 둘 외에도 볼만한 것이 많다. 나는 룬드 도서관에서 룬드에 관한 자료를 찾았다. 영어로 설명된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라 내 의문을 해결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자료를 모아보니 그런대로 룬드를 설명할 수 있었다. 

 

수도원 교회

수도원교회(Klostarkyrkan), 이곳은 룬드역 뒤쪽에 위치한 유서 깊은 교회다. 룬드성당과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베네딕투스 수녀원이 바로 이 교회의 전신이다. 발틱식 벽돌조 고딕양식인데 조그만하지만 오랜 역사에 풍기는 위엄을 지니고 있다. 교회 주변에는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룬드역이 이 교회를 룬드의 중심권과 갈라 놓았는데 그 이유가 매우 의아하다.

 

수도원 교회의 겨울 풍경(위), 어느 화창한 날의 수도원 교회의 전경(아래)

 

카테드랄 스콜란

Katedralskokan. Stortorget에서 남쪽으로 내려 가면 도로 우편에 있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지금은 이곳 고등학교이다. 카데드랄스콜란은 원래 13세기에 룬드성당에 설치된 북구 최조의 교육기관이었다. 19세기 중반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가 20세기 들어 고등학교가 되었다. 이 건물 내에는 18세기 초(1716-18) 스웨덴 왕 칼12세가 와서 3년간 머문 건물이 있다. 당시 국제관계가 전시 상황에 준해 칼 12세는 룬드에 와서 전시정부를 지휘했던 것이고, 이곳이 바로 그 지휘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왕은 당시 이곳에서 룬드성당과 룬드대학을 수시로 들렀다고 한다.

 

여기가 바로 카테드랄스콜란 내에 있는 칼 12세가 묵었던 건물이다.

 

보태니컬 가든

보태니컬 가든, 룬드의 동쪽 외곽에 위치한 이 공원은 식물원을 겸하고 있다. 여름, 가을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이곳 입구에 있는 사진상의 잔디광장은 평화스럽기 그지 없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이곳에 둘러 앉아 많은 행사를 한다.

 

온실 앞에 핀 튤립(2013년 봄)

 

식물원의 벤치, 처음 보았을 때는 웬 통나무를 치우지 않았는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이것이 벤치였다.

 

식물원의 여름, 갖 가지 꽃이 여름과 가을 내내 피어 있다.

 

식물원의 온실

 

식물원의 북쪽 한 구석에 있는 스핑크스, 이 스핑크스는 룬드대학 본관 건물 전면 꼭대기에 장식되었던 것이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중 하나가 여기 식물원에 와 있다. 아마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룬드 시민 중에서도 불과 몇 사람 밖에는 안 되리라 생각한다.

 

교회 공원묘지

내 룬드 시절 이곳만큼 자주 간 곳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곳을 거의 매일 찾아가 명상을 하곤 했다. 한마디로 최애장소다. 나는 이곳에서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였다. 내 머릿 속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환해 그와 이야기하였다. 마침 카톡을 활발하게 사용할 때라 이곳에서 친구들에게 많은 사진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 중에는 로스쿨 멘티들. 이들에게 나는 1년 동안 수없이 많은 글과 사진을 보내 주었다.

 

룬드대학 병원 건너편에는 교회공원묘지가 있다. 동쪽의 구묘지가 규모가 작은 관계로 19세기 초(1816) 이곳에 묘지를 새롭게 만들었다. 지금도 사용 중인 매우 넓은 묘지이다. 묘지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19세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의 룬드시민이 묻힌 곳이라 비석을 조사하면 당시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알 수도 있다.

 

묘지는 대부분 가족묘지이다. 한 가족의 묘지 면적은 일정하다. 하지만 그 내부를 꾸민 것은 매우 다양하다. 가족들의 관심사나 가족적 연대감이 이 묘지를 보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회묘지를 돌아보면 이런 묘지가 많다. 특히 묘 앞에 조그만 벤치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가족들이 망인을 추모하기 위해 매일 같이 이곳에 들러 이 벤치에 앉았다가 가는 모양이다. 이런 묘지의 주인공은가족에 대한 연대가 남달랐을 것이다.

 

교회공원묘지의 겨울, 묘지공원의 한 가운데는 대로다. 이 대로를 지나면 룬드의 북쪽 외곽인 노라팰라덴이 나타난다.

 

한 겨울의 교회공원묘지, 가운데 십자가가 보인다.

 

교회공원묘지 중 이 묘지에는 애뜻한 사연이 있다. 이 묘지의 주인공은 어린 꼬마다. 200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소년을 위해 가족들이 조성했다. 꼬마는 평소 닌텐도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가족은 이태리의 조각가에게 부탁하여 천사가 둘러싼 채 닌텐도 놀이를 하는 아름다운 조각품을 이곳에 남겼다. 매일 같이 소년의 할머니가 이곳에 와서 손자를 추모하며 촛불을 놓고 간다.

 

교회공원묘지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