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LUND의 이곳저곳

룬드의 이곳저곳(3)-룬드대학-

박찬운 교수 2023. 9. 10. 06:16

룬드대학은 스웨덴 남단의 룬드에 있는 대학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최대 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인구 1천만이 조금 넘는 나라에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는 대학이니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으리라. 이 대학은 스웨덴이 덴마크의 지배에서 벗어난 후 스웨덴 남부 통치를 위해 1666년 설립되었다.  웁살라 대학에 이어 스웨덴의 두 번째 대학이다.
 

룬드대학 본관, 위 여름(2012), 가운데 겨울(2012), 아래 봄(2013). 룬드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건물은 성당 인근의 룬드대학 본관 건물이다. 19세기 후반 룬드 대학이 커지자 의욕 넘치는 젊은 건축가 Helgo Zettervall에 의뢰하여 본관 건물을 만들게 하였다. 본관 앞 분수대도Helgo의 작품이다. 건물 꼭대기에는 4개의 스핑크스가 있는데 원래 것은 없고 1959년에 새로 만들어 올린 것이다. 원래 것 하나가 어쩐 일인지 현재 보태니컬 가든에 있다. 이 건물은 통상 대학의 주요행사 시에 사용된다. 유명인사의 특별강연이나 12월의 루시아 합창이 건물 내 홀에서 열리고, 5월 1일 봄을 알리는 합창은 이 건물 밖 계단에서 열린다고 한다.

 

룬드대학 본관 분수대, 봄

 

룬드대학 Kungshuset 이름 그대로 이곳은 원래 덴마크 왕이나 그를 대신하는 고관이 묵는 저택이었다. 1568년 완공되었는데 그 후 스코네 지역이 완전히 스웨덴에 넘어가고 1666년 룬드대학이 세워진 다음에는 이곳은 대학의 본관 건물으로 사용되었고, 대학 도서관으로도 사용되었다. 지금은 룬드대학 철학부가 이곳에 있다.

 

룬다고드 위(겨울), 아래(봄). Kungshuset 앞의 룬다고드. 이 정원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아마도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 갈 것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확실한 것은 18세 중옆에 룬드대학은 이곳에 정원을 만들고 담장을 설치하여 민가와 학교를 분리한다. 학교는 이 담장 내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렸다. 한 마디로 치외법권 지대였다. 그러다가 100년 뒤 이 담장은 철거된다. 그 담장의 흔적이 쿨트렌 박물관 근처에서 볼 수 있다.

 

룬드대학 학생회관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정식 명칭은 룬드대학 학술협회(Akademiska, Academic Society)이다. 이 건물이 생기는 데에는 역사적인 에피소드가 있다. 19세기 초 룬드대학 에는 학생회(academic union)가 생기는 데(1831) 그들은 자신들의 건물을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교수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자 학생들은 돈을 모아 지금의 테그너 광장(학생회관 근처 테그너 동상이 있는 곳)에 학생회관을 설립한다. 이것이 모태가 되어 지금의 학생회관 건물이 뒤에 만들 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이 학생회관 1층에는 룬드대학에서 가장 수준 높은 식당 테그너 식당 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메뉴가 바뀌는 그날의 점심 특선 요리(dagens)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테그너 식당의 내부와 메뉴. 이곳에선 가끔 한국식 음식도 나온다. 사진상의 메뉴는 한국식 불고기 덮밥이다. 이 식당에서 제공하는 빵은 특별히 수준 높다. 나는 가끔 이곳에서 빵을 사서 집에 가져가기도 했다.

 

룬드대학 본관 건물 앞에는 조그만 무덤이 있고 그 주변으로 몇 개의 돌들이 도열해 있다. 이것은 바이킹들의 글자로 알려진 룬문자가 새겨진 돌들이다. 룬드대학 개교 200주년을 맞이하여 1868년 스코네 고고학회에서 룬드대학에 선물한 유물이다. 룬문자가 새겨진 돌 중 가장 큰 것은 대학 중앙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볼 수 있다.

 

대학 본관 쪽에서 중앙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Sandgatan이다. 이 길에는 유서 깊은 건물이 많다. 길이 끝나는 곳에 과거 주교가 거주하던 주교관이 있고 Helgo Zettervall의 사저도 있다.

 

학생회관 근처에는 이사이스 테그너의 동상이다. 테그너는 신부이자 룬드대학의 교수이었는데 19세기 초 룬드대학의 명성을 만든 장본인이다. 희랍어 교수이었는데 그의 명성 때문에 이곳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왔다고 한다. 그의 거처는 라울 발렌베리 연구소 근처에 있었다. 지금 그 집은 테그너 기념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룬드대학 곳곳에 역대 유명 교수들의 동상이 있지만 테그너 동상만이 전신상이다.

 

철학부 Kungshuset 앞에는 오토 링블라드의 흉상이 있다. 그는 룬드학생회가 만들어진 해(1831)에 만들어진 룬드대학 합창단의 지휘자였다. 룬드대학 합창단은 스웨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합창단인데 그는 이 합창단을 이끌면서 많은 곡을 작곡했다. 지금도 봄의 축제가 열리는 4월말에 그의 노래가 합창단에 의해 불린다고 한다.

 

Krafttorg 한 가운데 있는 소위 invisible statue. 원래 이곳에 동상을 세우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결국 아무 것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 조직인 Uarda Academy에서 이를 빗대 재미있는 동상, 보이지 않는 동상(1984)을 하나 세웠다. 그 내용은 Intighet(Nothingness or Emptiness). 나는 이것을 찾느라고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이곳에 나와 서성거렸다. 위의 또 다른 동상(1987)은 Uarda Academy에서 동상을 세우자 다른 학생들이 Uarda 의 Intighet 마저도 도난 당했다고 하는 내용의 동상이다.

 

룬드대학 Kulturen, 이곳은 룬드의 민속박물관이다. 스톡홀름의 스칸센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곳인데 이 박물관 주변에 스코네 지역의 주거문화를 알 수 있는 여러 전통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박물관 정문이 바로 과거 룬드고드의 담장이 쳐져 있을 때 사용되었던 문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건물이 Kulturen에서 관리하면서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스코네 지방의 전통가옥이다.

 

룬드대학의 중앙도서관, 룬드대학은 중앙도서관 이외에 십 여개 이상의 단과대학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이 도서관은 룬드대학이 탄생한 1666년 즉후 만들어졌으며 그 때로부터 법률에 의해 스웨덴의 모든 출판물을 소장하게 되었다. 중앙도서관 내에는 룬드대학의 스타 교수였던 이사이스 테그너의 원고, 1806년 이후의 스웨덴 국회의 속기록 등이 소장되어 있다. 이 도서관의 소장 도서는 일반 도서와 레퍼런스 자료이다. 창가 의자에 앉아 밖을 내려다 보면 아름다움에 도취된다.

 

중앙도서관에 들어가면 바로 입구에 서 있는 큰 비석 같이 생긴 돌이 있다. 이것이 바로 바이킹들의 문자, 룬 문자가 새겨진 돌이다. 룬드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는 룬문자 돌 중에서는 제일 큰 것이 이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앙 도서관 내부, 아래 사진은 스웨덴 국회 속기록 컬렉션, 1806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속기록이 소장되어 있다.

 

중앙도서관의 겨울, 룬드의 겨울은 거의 흐리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햇빛을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간간히 잠시 해가 비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룬드의 풍경은 완전히 달리 보인다. 겨울 어느 오후 잠시 햇살이 비추일 때 룬드대학 중앙도서관을 찍었다.

 

중앙 도서관 근처의 옛 주교관

 

스케치 미술관이 불리는 룬드대 미술관. 이곳에는 스웨덴 현대 조각 및 회화가 다수 전시되어 있다 .

 

스케치 미술관의 내부 및 작품

 

스케치 미술관 근처의 표지판, 룬드에서 서울까지는 7931 킬로미터!

 

바로 이 건물이 내가 있었던 라울 발렌베리 인권연구소이다. 연구소는 라울 발렌베리를 기리기 위해 1980년대에 룬드대학교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룬드대학의 연구소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부속 연구소가 아니라 독립연구소로 활동한다. 룬드대학 법과대학과 연계 프로그램(국제인권법 석사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바로 길 건너(사진상 오른쪽)가 룬드대학교 법과대학이다. 참고로 라울 발렌바리는 스웨덴의 최고 재벌 가문 발렌베리 가문의 사람으로 2차 대전 중 헝가리의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가스실로 가야 하는 수 많은 유태인들을 살려냈다. 스웨덴의 쉰들러라고 불린다. 2차 대전이 끝나는 즈음 소련군에 의해 끌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2012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었다.

 

라울 발렌베리 연구소의 출입문

 

라울 발렌베리 연구소의 도서관, 외관상 이런 큰 공간이 없을 것 같은데 스칸디나비아 건축물들은 모두 지붕 아래 큰 공간이 있다. 공간을 잘 활용한 자료실이다. 룬드대학에서 인권관계 책들은 여기 소장되어 있다.

 

연구소 도서관에서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