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지혜

지식인의 글쓰기-독자 중심의 명료한 글을 쓰자-

박찬운 교수 2016. 7. 19. 16:46

지식인의 글쓰기

-독자 중심의 명료한 글을 쓰자-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지인이 내게 한마디 한다.

교수님, 저는 인문학 책 읽기를 좋아해요. 요즘 현대 철학 책을 읽는데, 너무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왜 글이 그렇게 꼬였는지 풀을 수가 없어요.”

이 말을 듣고 한참 생각했다. 왜 글이 어려울까? 

페북 공간을 하루에도 셀 수없이 들어오면서 남의 글을 본다어떤 글은 알기 쉽지만, 또 어떤 글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디서 그런 차이가 오는 것일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말한다. 나는 이 위기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를 글쓰기에서 찾는다. 지식인, 그중에서도 인문학자나 인문서 번역가들은 알기 쉬운 글을 쓰고, 알기 쉽게 번역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을 읽는 저변이 넓혀진다. 왜 글을 그렇게 어렵게 써야 하는가. 왜 이해도 되지 않는 번역을 하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한국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의 업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강의, 또 하나는 글쓰기다. 그러니 내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밥줄 끊어지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글을 써오면서 나는 몇 가지 글쓰기 원칙을 터득했다. 여기서 그것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와 유사한 사람들, 적어도 글을 써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째, 자신의 글이 독자에 의해 어떻게 이해될지 항상 점검하라.

글을 많이 쓰면서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글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번역한) 글을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보라. 과연 그게 쉽게 이해될 수 있을지 점검하라. ‘, 이 부분은 도저히 독자가 이해 못할 것 같다, 어떻게 고치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황금률이다. 이것만 제대로 익히면 글은 반드시 쉬워진다.


둘째, 논설 형식의 글은 최대한 명료하게 써라.

내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에세이는 전달력이 생명이다. 그것이 불분명하면서도 온갖 수사를 늘어놓는 것은 자기기만이며 반지성적 행위다. 신문 칼럼 중에서도 그런 글이 의외로 많다. 세상의 유식한 이론을 다 동원하고,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을 법한 고급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뜻이 분명치 않은 글, 내게 그런 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명료한 글을 쓰기 위해선 문장을 가급적 짧게 쓰도록 노력하라. 한 문단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설정하라. 문장과 문장이 논리적 문제가 없고,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항상 점검하라.


셋째, 글을 쓰고 나서 읽어보라.

아무리 잘 썼다고 하는 글도 시간이 지난 다음 읽어보면 고칠 부분이 생긴다. 어떤 때는 문장이 너무 길고, 어떤 때는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며, 또 어떤 때는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런 것을 발견해, 고치면 고칠수록, 글의 완성도는 점점 올라간다. 그러기 위해, 쓴 글을 소리 내 읽어보라. 문장 중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쉽게 발견될 것이다.


넷째,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장인정신의 산물임을 명심하라.

독자중심의 명료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도공이 최상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장인정신을 발휘하듯 글쓰기도 그런 정신이 있어야 한다. 도공은 추호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자기를 빗고 굽지 않는가. 글도 그런 것이다.


최상의 글을 쓰기 위해선, 머리를 맑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적 수단을 동원해, 정성을 기울여 한자 한자 써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경우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내가 쓸 수 있는 최상의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2016.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