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교육

지체해선 안 될 로스쿨 및 법학교육 개혁

박찬운 교수 2018. 2. 22. 13:26

지체해선 안 될 로스쿨 및 법학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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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의 눈이 평창으로 쏠려 있는 이 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만은, 수많은 국가 중대사가 산적한 대한민국에서 단 1도의 관심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 만은, 법률가로 살기에, 법학자로 학생을 가르치기에,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과 법학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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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를 우선 말하면, 우리 로스쿨과 법학교육이 참담한 상황에 있으니 하루 빨리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몇 년 간 이 공간에서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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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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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이 문을 연지 10년째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유능한 법률가를 양성하고 법학교육을 한 단계 올리겠다는 로스쿨 설립 목표는 어떻게 되었는가. 몇 가지를 간단하게 말함으로써 그 질문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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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스쿨은 수험기관화 되었다.

학생은 물론 선생도 최대 관심사는 변호사시험 합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변호사시험이 응시자 절반을 떨어트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학부에서 법학을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로선 3년이란 교육기간은 터무니없이 짧다. 그 짧은 기간에, 절반이나 떨어지는 시험 준비에 올 인하지 않을 학생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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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련 현실에서 미래의 전문 변호사 운운하며 특성화 교육(통상, 조세, 특허 등등)을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과목 외에는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러니 그런 과목 전공교수들은 강의 설강을 하고 싶어도 학생이 없어 폐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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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부에서 법학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

로스쿨은 원래부터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니 학부 학생들에게 법학 교육을 할 책임이 없다. 그러나 로스쿨 교육이 법학교육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학부 학생들도 법학을 공부할 필요는 넘친다. 법조인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 지식의 하나인 법학은, 배워야 하지 않는가. 과거엔 이런 교육수요를 법과대학(법학부)에서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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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로스쿨 시대에 들어와선 이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로스쿨 설치 대학에서 법학부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로스쿨 없는 대학엔 법대(혹은 법학과) 있다고 반론을 펼지 모르지만, 그 대학들이 로스쿨 설치대학 학부생들에게 법학교육을 할 수 없고, 그나마 그런 대학의 법학부마저 지난 10여 년 동안 법학교육이 발전하긴 커녕 학과가 폐지되거나 경찰학부 등으로 통폐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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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법학은 죽었다.

로스쿨 이후 법학이란 학문이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일부 대학은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대학에선, 이미 법학을 학문으로 하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대학원 입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었고, 그나마 들어 온 학생들마저 풀타임 대학원생으로 학교를 다니는 예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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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학원 과목들이 수강학생 부족으로 폐강을 면치 못한다. 로스쿨 졸업자로 전문박사 과정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그게 얼마만큼 성공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기초법학 분야(법철학, 법사회학, 법제사 등)와 일부 전문법학 분야(국제법, 인권법, 법경제학 등)에선 학문후속세대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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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부 부활에서 개혁의 출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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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참담한 상황을 하루 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법률가양성과 법학교육을 하는 나라가 될 것은 불문가지다. 세계 어딜 다녀 봐도 이렇게 법률가를 양성하고 법학교육을 하는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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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시되겠지만, 이 공간에서 몇 차례 이야기한 것의 핵심은 법학부 부활(현재 로스쿨을 가지고 있는 대학의 법학부 부활을 의미함)이었다. 법학부가 부활된다고 해서,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이 일시에 해결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로스쿨 및 법학교육의 개선의 시발점은 거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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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학부가 부활되면 로스쿨은 실무 중심의 심화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

법학부가 부활되면 로스쿨에 들어오는 입학생의 주류는 법학부 출신이 될 것이다. 이들에겐 3년 교육기간이면 충분하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짧지 않은 기간이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 교육은 1학년부터 실무교육에 중점을 둔 심화교육이 가능해 지니, 지금처럼 졸업해서 6개월 동안 실시되는 유명무실한 실무교육은 폐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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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학부 출신에겐 교육기간을 1년 정도 연장하는 게 좋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1학년 과정에선 법학부 출신과 경쟁하지 않고, 그들끼리만 경쟁하게 돼 성적에서도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이후 심화교육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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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법학부가 부활되면 자연스레 법학교육이 실무교육의 로스쿨과 이론교육의 법학부로 이원화 될 것이다.

아직까지 로스쿨의 주류는 실무를 경험하지 않은 이론교수들이다. 이 구조가 한국 로스쿨을 실무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이다. 그러나 법학부가 부활되면 이론교수들은 법학부로 대부분 전환될 것이고, 로스쿨은 실력 있는 실무 법조인들이 끌고 갈 것이다. 로스쿨이 유능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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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법학부가 부활되면 법학이 살아나고 학부의 법학교육도 정상화될 것이다.

법학부가 부활되면, 거기에서 훈련된 우수 학생 일부가 일반 대학원으로 들어갈 테니, 대학원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법학부가 학부의 법학교육 수요 전반을 감당할 수 있다. 법학부 학생이건 비법학부 학생이건 학부에서 얼마든지 수준 높은 법학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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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을 어떻게 이룬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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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 마땅한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법무부도, 대한변협도, 로스쿨협의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 아니 조금 인식한다고 해도 어느 기관도 총대를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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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교수들은 어떤가. 그들 사이에선 온도 차이도 크지만 애당초 개혁의 주체가 되긴 어렵다. 기본과목 교수들은 폐강될 염려가 없으니, 몸은 고되지만 그런대로 지낼만하다는 것이고, 위기에 몰린 선택과목 교수들은 자기만 살면 된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해 보면 교수가 이런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교수는 자고로 비판은 잘 하나 문제 해결능력은 약한 사람들이다. 그럼 방법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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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아니 당연히, 대통령이 나서 주어야 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선 여러 당사자(관련기관)들이 있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기관은 대통령밖에 없다. 로스쿨도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만들었으니 그 문제 해결도 그곳에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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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 이 심각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몇 년 더 가면 대한민국 법률가와 법학교육은 구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다. 경제대국이 되어 간다고 하면서도, 지구상 가장 후진적인 법률제도와 문화를 갖는 것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