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교육

58년 역사를 마감하며 다시부활을 꿈꾼다

박찬운 교수 2017. 9. 17. 06:05

58년 역사를 마감하며 다시부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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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시간 내가 근무하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선 조촐한 행사가 있었다. 법과대학 기념 표지석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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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한양법대 58년의 역사가 끝났다. 그것을 아쉬워해 동문과 교수들이 십시일반 돈을 내 조그만 표지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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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 인연을 맺은 이가 적지 않다. 1959년 한양대가 종합대로 승격되어 법학과(당시는 정경대학 법률학과라는 명칭을 사용)가 만들어진 이후 거의 1만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이곳에서 법학을 배운 뒤 사회로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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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곳에서 법학을 배워 법률가로서 또 법학자로서 성장했다. 젊은 시절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이곳은 나를 거둬주었다. 거기에서 나는 꿈을 키웠고, 그것이 약간의 결실을 맺어, 오늘의 오늘의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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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스쿨이란 제도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로스쿨에서 일을 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실수는 법과대학을 없애고 로스쿨을 만든 것이다. 법과대학을 존치시키고, 그 졸업생 중에서 실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들어가 공부하는 과정으로 로스쿨을 만들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로스쿨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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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법대 1회 졸업생인 강의중 명예교수님(올해 82세)이 마지막 말씀을 하셨다.


"로스쿨을 하면서도 법과대학을 그대로 남겨둔 나라가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지혜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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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에 나는 후배로서 이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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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법학교육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입니다. 법과대학이 없는 로스쿨은 사상누각입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법과대학의 부활을 항상 외치겠습니다. 다시 법대가 부활되는 날 그 기념표지석을 여기에 세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