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교육

법학교육의 위기, 소통부재의 현실

박찬운 교수 2016. 6. 15. 06:14

 

법학교육의 위기, 소통부재의 현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7년이 되었다. 문제가 많은 제도임이 분명하나, 시간이 가면서, 로스쿨은 대한민국의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정착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로스쿨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사시존치 문제가 너무 큰 문제로 불거짐으로써 정작 로스쿨 개혁을 위한 논의는 하지 못했다. 이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로스쿨의 미래가 있다.

 

오늘 그 중에서 시급히 논의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한 가지만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대학(학부)과정의 법학교육이다. 나는 이 문제를 로스쿨 출범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 왔는데, 도무지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대학과정의 법학교육이란, 로스쿨 생을 위한 교육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학부생들을 위한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로스쿨을 운영하는 전국 25개 대학의 법대가 대부분 내년 초쯤 완전 폐지된다. 그렇게 되면 로스쿨 학생이 아닌 일반 대학생들의 법학교육도 사실상 문을 닫게 된다. 2009년부터 법대는 신입생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법대가 제공하는 법학과목도 소수에 불과해, 이 문제가 현실화된 것은 이미 수년이 지났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 대학생들이 법학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은 로스쿨 학생을 위한 것이지, 일반 대학생을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반대학생을 위한 과목을 만들어 운영할 순 없다. 과거 법대가 있을 때는 법대의 모든 커리큘럼은 법대생뿐만 아니라 비 법대생에게도 오픈되었다. 법학 복수전공자 혹은 부전공도 가능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젠 그게 불가능하다. 로스쿨생이 아닌 비법대생들은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교양법학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로스쿨을 갖지 못한 대학에는, 아직도 법대 혹은 법학과가 있지만, 그런 학교도 법학교육은 위기다. 로스쿨 이후 법학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학교에 따라서는 폐과를 서슴지 않는가 하면, 타학과와 통합한 다음 법학과목을 줄이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법학은 사양학문이 되었고, 이제 법학이란 오로지 로스쿨생의 실무법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로스쿨이 도입되기 이전을 생각해 보자. 법대에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가 사시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다른 분야(공무원, 회사원, 언론인 등)로 진출해 법학공부를 배경으로 일했다. 그 숫자가 25개 로스쿨 대학을 기준으로 4-5천 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젠 이런 인재가 없어졌다. 더욱 비법대생들에겐 법학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져 법학소양을 갖춘 인재 양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로스쿨 도입여부와 관계없이 대학에서의 법학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 세상만사가 법과 관계되지 않은 게 없는 데, 법학교육을 오로지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당연히 학부에서 법학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로스쿨 도입과 법대폐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일본은 로스쿨을 도입하면서도 법대를 없애지 않아 우리와 같은 문제를 자초하지 않았다.

 

학부에 법대를 없앰으로써 법학분야의 일반대학원도 사양길에 들어섰다. 일부 대학을 빼고서는 대부분 대학의 법학분야 일반대학원의 입학자는 격감했고 특히 풀타임 대학원생을 발견하긴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법대가 없어짐으로써 생긴 현상이다. 이제 법학을 학문으로 선택해, 대학이란 공간에서 몰입하여 연구하는 예비학자는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법학교육은 일대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딱히 대응책을 논의하지 못한다. 아니, 논의를 회피한다. 머리를 싸매고 학부생들을 위해 어떻게 법학교육을 제공할 것인지, 법학의 학문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하고, 뭔가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교육부도, 사법당국도, 각 로스쿨도 개점휴업 상태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다. 완전히 망해보고 나서야 움직이겠다는 자세다. 이것도 제왕적인 대통령이 나서 한 마디를 해야 움직일 것 같은 분위기다. 한국인의 소통능력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데에, 법학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6.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