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기쁨

추위 속 작은 행복

박찬운 교수 2018. 1. 29. 14:02

추위 속 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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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춥습니다. 2호선 전철로 한강을 넘다보니 강 대부분이 얼어 붙었군요. 순간 발칙한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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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 더 추워라, 한강 전체가 꽁꽁 얼어붙도록. 그럼 난생처음 한강을 걸어서 건너봐야지. 서울 시민 모두가 한강 한가운데로 나와 스케이트를 타고 신나게 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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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가는 중 점심 때가 된지라 뚝섬역에서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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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제일의 순대국밥집은 언제나 만원입니다. 과거엔 이 시간에 혼자 가면 들어가질 못했습니다. 그런 이 집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혼밥 인생들을 위해 1인석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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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석 구석에 앉아 뜨거운 국밥에 청양고추를 듬뿍 집어 넣고 밥을 말았습니다. 한 수저를 입에 가득 넣고, 잠시 음미하며 씹은 다음 목구멍으로 넘기니, 얼었던 몸은 순식간에 온기로 화답합니다. 역시 행복은 몸에서 비롯됩니다. 이순간 어떤 것이 저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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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을 찍었습니다. 아마 이것을 저의 집 애들이 본다면 궁상 맞다고 한 소리 할 게 분명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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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들아, 너희 아빠의 행복은 이것이니라. 큰 돈 들지 않는단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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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장안 제일의 카페에 들렀습니다. 몇 달만에 들어서는 단골카페입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카페는 썰렁합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들어서는 단골을 맞는 사장님의 인사는 어느 때보다 살갑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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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는 카페에서 마시는 뜨거운 카페라테 한 모금이 저의 몸을 황홀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뜻밖의 선물도 받았습니다. 최근 이집에서 개발한 1회용 드립커피 셋트. 작은 상자에 앙증맞은 호랑이가 붙어있어, 자세히 보니, 이 집의 자랑 승우가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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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과 선물을 올려 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손가락을 빠르게 놀리면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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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맹추위입니다. 그럼에도 뜨거운 국밥 한 사발과 커피 한잔이 저를 즐겁게 만듭니다. 마치 따뜻한 아랫목에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말입니다. 총 12000원의 행복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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