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기쁨

멘티들로부터의 선물

박찬운 교수 2018. 5. 15. 05:36

멘티들로부터의 선물




스승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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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4명의 학생들이 연구실을 들어왔습니다. 멘티들입니다. 저희 로스쿨에선 신입생이 들어오면 4-5명씩 그룹을 만든 다음 멘토 선생님을 지정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신입생들과 인연을 맺으면 멘토 교수는 수시로 멘티들을 불러 학습 조언을 해주는 거지요. 저는 멘티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뭐 크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짧은 시간이나마 밥 먹으면서 수다 떨고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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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연을 맺은 멘티 4명이 찾아 온 겁니다. 아마 스승의 날을 맞이해 멘티들이 고심을 한 모양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이 되면 멘티들이 돈을 모아 꽃을 사오기도 하고 케잌을 사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물이라면 고맙게 받고 학생들과 음료 한 잔 나누 것으로 스승의 날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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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영란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부터는 풍경이 변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이 작은 선물을 가져오는 일도 없습니다. 학생대표가 꽃을 들고 오는 일은 있지만 정작 내 멘티들은 얼굴마저 보이지 않습니다. 겉으론 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속으론 변해 가는 세상에 약간은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사제의 정이 이렇게 법 하나로 변한다 생각하니 그 ‘법’이 야속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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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의 멘티들은 특별합니다. 김영란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선생님을 감동시키는 법을 함께 연구했던 모양입니다. 그것은 정성이었습니다. 4명이 각자 카드에 손 편지를 쓰고, 얼마 전 벚꽃이 만발할 때 캠퍼스에서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예쁘게 판넬로 만들어 가지고 왔습니다. 제 마음을 울리는 멋진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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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을 보면 참 미안합니다. 선생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교수된 게 미안합니다. 그러니 스승의 날은 반가운 날이 아니고 피하고도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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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런 귀한 선물을 받았으니 제 마음이 뭉클합니다. 새로운 기운을 얻습니다.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법률가가 되고, 법률가로서 살아가는 그 험난한 길에 따뜻한 동무가 되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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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들아, 고맙다. 나는 너희들이 훌륭한 법률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8.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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