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고독과 슬픔

혼밥 인생들아, 오늘도 당당히 혼밥을 하자

박찬운 교수 2017. 7. 25. 05:54

혼밥 인생들아, 오늘도 당당히 혼밥을 하자

 


어제 시내에서 회의를 마치고 밥 때가 되어 광화문의 유명한 국밥집을 들렀다. 내가 좋아하는 돼지국밥! 혼밥이었지만 그런대로 광화문의 추억을 그리며 맛있게 한 끼를 때웠다.


누군가 혼밥을 '사회적 자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이 일말의 진실이라도 있다면 나는 사회적 자폐아(사회적 자폐적 인간)다. 11년 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나는 일상적으로 혼밥을 한다. 물론 가끔 동료교수들이나 학생들과 주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도 하지만 주로 혼자 먹는다.

 

나는 연구실에 들어가는 순간 한 성의 성주가 된다. 그곳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내겐 그곳보다 아늑한 안식처가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곳을 쉽게 나오지 못한다. 책을 보거나 글을 쓰게 되면 조금만 더 있자는 욕심 때문에 밥 때를 놓치기도 한다. 회사처럼 밥 때가 되면 모두 함께 나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이러니 내가 교수란 직업을 택한 이상 혼밥은 어쩌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내가 혼밥을 하지 않으려면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동료 교수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들 만날 때마다 식사 약속 잡는 것을 일상화해야 한다. 나도 처음엔 이런 일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그런 일이 귀찮아지기도 하고, 교수 직업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여럿이 밥 먹는 것은 그저 기회가 되면 할 일이지 일부러 일과의 중요업무로 할 일이 아니었다.

 

그 대신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 겸 산책을 한다. 길을 떠나기 전 약간의 고민을 한다면 이런 것이다. 오늘은 좀 걸어 용답동 전통시장을 다녀올까, 아니면 요즘 뜬다는 성수동 골목길이나 걸어볼까, 그것도 아니면 마장동에 가서 국밥을 한 그릇 먹고, 돌아오는 길에 단골카페에 가 카페라테 한 잔을 마실까... 이렇게 다니다보니 학교 주변 반경 2킬로 정도는 안 다닌 데가 없다. 거기다가 호기심이 발동해 이곳저곳 내력을 확인하면서 다니다보니 향토사학자가 다 된 기분이다.

 

혼밥은 직업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앞으로 식당도 혼밥 손님을 위해 특별히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님이 혼자 와서도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1인용 테이블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혼밥하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사회적 자폐아라고 자학할 필요는 없다. 세계를 어딜 가도 이젠 혼밥이 대세다. 일본? 거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혼밥 인생이 많다. 유럽? 거기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누구나 떳떳하게 식당에 들어와 혼밥을 즐긴다. 어쩜 이거야 말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진짜 세계화의 흐름일지 모른다.

 

그러하니전혀 문제없다. 전혀 꿀릴 게 없다. 혼밥 인생들아, 당당하게 오늘도 혼밥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