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참 잘 만든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박찬운 교수 2017. 10. 8. 05:53

참 잘 만든 영화, 아이 캔 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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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만든 영화 한편을 보았다. 아이 캔 스피크.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평할 수밖에 없다. 혹시나 어느 평론가가 이 영화에서 흠을 찾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억지로 찾은 것에 불과하니, 기억할 필요가 없다. 내게 이 영화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두 말 없이, 두 개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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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일본군위안부를 소재로 만든 것이다. 그런 영화는 원래 역사적 진실이 주는 무게로 말미암아 왠지 무겁고 칙칙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촐랑거리지 않고, 무거운 듯하면서도 거만하지 않다. 영화의 3분의 2는 이 영화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되었다고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관에 갔다면, 상영 한참 후까지, 관객은 이 영화를 단지 코믹영화로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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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모티브는 미국 의회의 일본군위안부 결의안 HR121다. 영화는 이 결의안 통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눈물과 땀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결코 내 호평의 대상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영화는 위안부의 진실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삶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시장에서 바느질을 하면서 살아가는 여인 나옥분의 좌충우돌식의 삶, 그녀와 삶의 애환을 함께 하는 시장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구청 말단 공무원 민재 형제와의 애뜻한 이야기.... 이런 것들이 전후좌우로 잘 직조된 듯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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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영화관에 갈 때 꼭 손수건을 챙겨야 한다. 영화관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상영 중 어느 순간부터 위안부 과거를 숨기며 살아온 주인공 옥분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나온다. 세계로 나가 일본군의 만행을 똑똑히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그 영어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옥분을 볼 땐 눈물이 평펑 쏟아진다. 평소 가깝게 살아온 수퍼 집 주인 진주댁이 오랜 기간 옥분이 위안부임을 몰랐던 것에서 서운함을 표시한 뒤 서로 화해하며 얼싸 안을 때도 나오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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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면 그 원동력은 출연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정말 이렇게 연기를 잘해도 되는 것인가? 그 중에서도 옥분역의 나문희는 압권이다. 어떻게 저런 캐스팅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얼굴만 보아도 삶의 진실이 우러난다. 코믹한 연기를 하면서도 결국엔 관객을 울리고 만다. 아마도 다른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면 그런 정도의 감동을 주긴 힘들었을 것이다. 다른 조연자들도 마찬가지다. 튀지 않으면서도 맡은 바 역할을 십분 다 해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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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현석, 영화 참 잘 만들었다. 아직 흥행에서 큰 성공을 이룬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번 영화에서 부디 천만 관객 모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김현석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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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휴가 끝나지 않았다. 끝나기 전 이 영화를 보며 눈물 한 번 흘리는 것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