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단상 20

공부란 무엇인가-16살 소년이 터득한 공부 이야기-

과거 이야기 자주 하는 사람, 학창 시절 공부 잘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력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요즘 세상에선 꼰대라 부른다. 나는 그런 말 안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말을 막기 어렵다. 젊은 친구들이여, 용서하시라, 이해해 주시라. 그대들도 시간이 지나면, 모름지기 나 같이 옛날 이야기할 때가 올 테니, 너무 지겹다고 말하지 말라.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듣기 싫으면 그저 조용히 웃고 지나가시라. 이것은 내가 동시대를 살아온 동년배 친구들과 잠시 추억의 돌담길을 걸으며 나누는 시시한 이야기일 뿐이니.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추억의 상자를 발견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받았던 성적표와 상장 등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

가장 오래된 제3자의 평가-50년 전의 성적표-

이틀 전 이사를 했습니다. 17년 동안 살 던 집이 현재 재건축 중이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전셋집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가 생각보다 힘듭니다. 저희 집 이삿짐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그 중에서도 책이 좀 많습니다. 천정까지 닿는 서가가 15미터 이상이나 되니 그 양이 얼마나 될지 짐작이 될 겁니다. 거기다가 제가 종이로 된 물건은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케케묵은 잡동사니가 셀 수 없습니다. 이러니 이사비가 다른 집보단 훨씬 더 나옵니다. 돈도 돈이지만 정확하게 날라 제 서가에 꽂아주어야 하니 일하시는 분들의 수고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삿짐센터의 일하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 이틀 전쟁터와 같은 방을 이제 대충 정리해 갑니다. 평소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 마지..

1인 언론사 공정 언론관 ㅎㅎ

1인 언론사 공정 언론관 ㅎㅎ 어제 밤에 친구삭제에 관한 글을 하나 올리고 잠을 청했더니 마음이 우울했던지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눈꺼풀이 무겁지만 새벽에 일어나 페북을 여니 어느 페친(변호사)의 글이 보인다. 그런데 이건 웬일인가. 나를 곡학아세하는 교수라고 욕하는 글이다. 며칠 전 내가 올린 국회의원 이익충돌에 관한 글을 읽고 나를 그렇게 평가하기로 한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페친들 중 일부는 내게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 아마 내가 가끔 우스갯소리로 했던 1인 언론사란 말을 정말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중동을 욕하는 마음이 내게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도 우스갯소리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내 그런 분들을 위해 오늘, 언론사 사주이자 대표기자로서 잠시 나의 공정언론관을 ..

연구실 단상

연구실 단상 .내 연구실, 365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는 이곳을 지킨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게 과연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옛날보다 판단도 느리고 행동도 굼뜨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귀찮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새롭게 일 벌이는 일은 더욱 귀찮다. .‘귀찮다 마귀‘가 내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다. 이 마귀를 떨구어내야 하는 데 어떻게 하면 될까? 나이 먹음의 장점, 그 경륜의 강점은 살리면서도, 무슨 일이든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일이 있건 없건, 특별히 연구거리가 있건 없건, 아침 일찍 연구실로 나와 하루 종일 떠나지 않는다. 그런 생활이 어느덧 12년이 넘었다. 이제 이 생활에 너무 익숙해졌..

이들이 있기에 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이들이 있기에 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이 시대의 작은 영웅들- 내가 이 공간을 수년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무시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글을 보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오프라인에서 만나다 보면, 같은 한국인으로서 동시대를 함께 산다는 게 어찌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내킨 김에 생각나는 대로 몇 사람을 열거해 본다. 본인들이 이 글 보면 부끄러워할 것 같아, 신상은 밝히지 않고, 그저 영문 알파벳으로 소개한다. .A 선생. 지방 고등학교 영어 교사. 포스팅하는 글마다 수백 명의 친구들이 열광적으로 ‘좋아요’와 댓글을 단다. 왜 그럴까 호기심이 생겨 유심히 읽어보았더니 그럴만하다. 그의 어린 ..

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것

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것 . (오후의 단상) .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욕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그 밑에서 나라 망친 X들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욕을 하지 못한다. 법률가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력이 있고, 또 그렇게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욕을 배우질 못했다. 욕을 잘해야 울화병이 준다는데.... .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쉽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남들이 보면 뻔한 이야기도 일단 확인해야 한다. 말 한마디를 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관련 법조문도 찾아봐야 한다. 필요하면 판례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다. 남들 같으면 백 마디를 했..

7호선 관찰기

7호선 관찰기 . 서울지하철 (사진 LERK) 출근길 숭실대입구역에서 7호선을 탔다. 에그머니 만원일세!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건대역까지 가는 중 몇 번 앉을 기회가 있을 테니. 관건은 빨리 내릴 만한 승객 앞에 서는 것. 지체해선 안 된다. 순간적으로 대상을 물색해야 한다. .오늘 내가 이 사람이면 가능성이 높겠다 생각한 이는 가방 하나를 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20대 아가씨. 분명 학생은 아니다. 그럼 회사원? .운이 좋으면 두 번 째 정거장인 이수역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분명 저 아가씨 시내로 나갈거야. 근데... 이수역이 다가오는데도, 이 아가씨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 있다. 그럼, 고속버스터미널역? .고속버스터미널역이다. 이젠 일어나겠지? 이게 웬 말? 계속 잠을 잔다. 야, 이거 오..

7호선 단상

7호선 단상 .나이를 먹어가니 전철을 타면 꼭 앉고 싶다. 그래서 전동차에 들어서면 빨리 일어서 내릴 것 같은 승객 앞에 선다. 나도 경험상 어떤 이가 곧 내릴 지 대충 아는지라 그리하는데.... 문제는 요즘 그 확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반타작이 안 된다. .매번 이 사람이다 싶어, 옆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완벽한 위치를 선점하지만, 그녀는 다음 역에서, 그 다음 역에서도 일어서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음 인연을 찾아 자리를 이동한다. 저 사람은 분명히 다음 역에서 내릴거야 하고 주문을 외우면서. 그 조짐도 분명하지 않은가. 핸드백을 만지작거리는 저 폼은 하차준비의 예비동작이렷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방금 전 나를 포기케 한 그녀가 갑자기 일어서고 내 옆에 서있던 ..

추억의 사진 두 장

추억의 사진 두 장 2012년 겨울 스웨덴 룬드대학 방문학자 시절 베를린을 방문했다.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들어간 곳이 훔볼트 대학.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법 넓은 홀로 들어섰다. 2층으로 올라가는 정면 벽을 보니 뭔가 낯익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독일어 공부한 지가 하도 오래 되어 저게 그건가? 긴가민가했다. 2012년 겨울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그래서 학생 하나를 붙들고 저 글귀를 가리키며 "저게 무슨 뜻인가요?" 물어 보았다. 그런데... 중국친구인 것 같은데 머리를 긁적 거리며 하는 소리가 "저도 여기 유학생이라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제기랄 저것도 모르고 무슨 유학을 오나' "아니, 저게 맑스의 그 유명한 테제? 뭐 아니요?" 그러다가 한 예쁜 여학생이 앞을..

골프에 대한 단상

골프에 대한 단상 그림 같은 초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아무리 보아도 신선놀음이다. 골프는 참 좋은 운동이다. 그런 골프를 왜 안할까? 대통령이 갑자기 골프 해금령(?)을 내렸다. 공직사회가 살판났다. 그동안 대통령 눈치 보느라 그 좋은 골프를 마음대로 치지 못했으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대통령이 골프를 안 하니까-나는 그렇게 안다-고위 공직자들이 골프채를 잡으면 좌불안석이었던 모양이다. 근무시간 외에 자기 돈 내고 치면 대통령인들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게 죄도 아니고... 그게 문제라면 전국 5백 개가 넘는 골프장은 뭐란 말인가.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공직자들의 골프가 대부분 갑을관계에서 친다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을이 부담할 터이다. 그게 바로 향응이고 뇌물이렷다. 공직자들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