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단상

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것

박찬운 교수 2017. 12. 6. 15:11

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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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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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욕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그 밑에서 나라 망친 X들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욕을 하지 못한다. 법률가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력이 있고, 또 그렇게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욕을 배우질 못했다. 욕을 잘해야 울화병이 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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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쉽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남들이 보면 뻔한 이야기도 일단 확인해야 한다. 말 한마디를 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관련 법조문도 찾아봐야 한다. 필요하면 판례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다. 남들 같으면 백 마디를 했을 상황인데,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타이밍을 놓친다. 때론 지쳐서 포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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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너무 생각이 많아 때론 머리가 아프다. 쉽게 생각하고 적당히 해도 좋을 일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고민을 쌓아갈 때가 많다. 사람들은 적당히, 단순하게 살라고 충고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 생각이 많은 사람치고 무엇을 이루는 사람은 없다. 그저 생각하다가 끝나는 게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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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세상 흐름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그저 방관하고, 토나 달다가 시간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 누군가는 말할 텐 데, 꼴에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부딪히고, 그저 깨져보고, 그저 돌진하는 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할 텐데, 그러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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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는 욕도 못한다. 쉽게 마음도 표현하지 못한다. 생각은 많고, 그저 방관하면서 시간 보내는 날이 많다. 고로, 법률가가 많은 사회가 좋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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