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19

평창 하늘에 울려 퍼진 <이매진>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이 울려 퍼졌다. 나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개막식 기획자가 이 노래를 선곡한 것은 이 곡이 평화의 제전에 맞는 평화의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맞다, 이 만큼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를 찾기도 힘들었을 테니 올림픽 이념에 딱 맞는 곡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분단국가 한반도에서 울려 퍼진 ‘이매진’은 분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만일 박정희 정권의 아류였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계속되었다면 우리가 이 노래를 평창에서 들을 수 있었을까? 이 노래의 의미를 아는 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매 학기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노래를 감상한다. 존 레논이 죽은 지 40년이 되어 가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매진’을 ..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국민이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국민이다 ㅡ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부쳐ㅡ 오늘이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지금으로부터 69년 전 오늘 신생 국제연합은 창립 3주년을 맞이해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선언을 한다. 모든 인류는 존엄한 존재이며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식명칭은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곧 인권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오늘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한마디한다. 인권사회를 위한 전제로서 우리가 정립해야 할 '나와 국가와의 관계'에 관해서다. . 송년회 철이 되었다. 요즘 저녁이 되면 송년회에 다녀오는 일이 잦다. 원래 술 마시고 흥청대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잠간 얼굴 보이..

인간존엄성을 모르는 이 사회, 고요한 아침 나는 이렇게 외친다

인간존엄성을 모르는 이 사회, 고요한 아침 나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이렇게 외친다! 요즘 참 우울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무엇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야 어떻게든 살겠지만 내 자식들, 앞날이 구만 리 같은 젊은이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어느 젊은 여인, 지하철 역 스크린 도어 고장수리를 하다가 문틈에 끼어 죽은 19살 청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쌍하고 미안하다. 이 땅에 태어나서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그렇게 속절없이 갔으니, 무슨 말로 명복을 빌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벌려놓은 4대강 사업이라는 전대미문의 국토훼절 행위로 전국의 강은 녹조라테로 변한지 오래다. 수천 ..

한국의 내일, 의존사회에서 독립사회로

[기고]한국의 내일, 의존사회에서 독립사회로 박찬운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스웨덴에 방문연구원으로 온 지 이제 1년이 되어 간다.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온다. 나는 지난 1년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에서 그 본질을 탐구하는 관찰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제 그 관찰 결과를 잠시 공유할 때가 되었다. 나의 관찰은 본질적이고도 근원적인 문제에 닿아 있다. 이곳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가치를 꼭 집어 이야기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자유와 독립을 말하겠다. 그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다.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결혼해 가정을 이루면 부부는 사랑으로 연대하지만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사랑이 깨져 이혼..

비그포르스의 나라 스웨덴에서 깨달은 앎

[정동에세이]비그포르스의 나라 스웨덴에서 깨달은 앎 얼마 전 잠시 한국을 다녀오면서 비행기 내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홍기빈의 를 읽었다. 비그포르스는 20세기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나는 이 책에서 비그포르스가 세상에 대해 분노했고, 그로 인해 꾸게 된 꿈을 발견하였다. 인간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평등한 인간적 연대를 가로막는 사회적 위계와 권력의 문제, 그것이 그의 분노의 뿌리였다.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게 연대하고 사랑하면서 서로의 인간적 발전을 일구어내는 공동체의 꿈, 그것이 그가 꿈꾼 세상이었다. 감히 말하건대, 비그포르스의 분노와 꿈, 그것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분노이자 꿈이다. 나는 현재 스웨덴의 한 인권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비그포르스의 나라..

자기 멋대로 살라

자기 멋대로 살라 위 사진은 내가 6년 전 이란을 여행할 때 찍은 사진이다. 나는 저렇게 메모하면서 3천여 킬로미터를 다녔다. 2013년에 책 를 내면서, 나는 나에 대하여 "나는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우리 사회처럼 개성없는 사회가 세상에 또 있을까. 개성없는 게 개성인 이 사회에서 우리는 정말로 재미없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도, 몸도, 패션도, 모든 게 같아야만 한다. 한 마디로 획일사회! 그래서 아이들은, 젊은이들은 괴롭다. 모두가 일류대학 들어가야 하고, 모두가 제한된 몇 몇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대접 받지 못하니 말이다. "나는 다르다, 누구보다 다르다." 이 말은 르네상스를 연 계관시인 페트라르카의 말이다. 사람은 다름에 의미가 있다. 달라야 ..

소통 그리고 의식의 르네상스에 대하여

소통 그리고 의식의 르네상스에 대하여 르네상스 시기 독일 화가 뒤러는 자의식이 강한 자화상을 그렸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르네상스가 개인을 발견한 시대라는 것을 실감나게 느낀다. 1. 이 사회의 소통부재의 철학적 기초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이 아침 나의 페친들에게 감히 드리는 도전적 질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외국인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한국 사람은 아직도 중세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권위라는 신이 명령하는 세계에서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한 인간이라는 사실, 자기 자신이 한 개인으로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어야 한다는 의식입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당신도,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 사람에겐 그런 의식이..

아메리칸 드림 v. 유로피언 드림

[아메리칸 드림 v. 유로피언 드림] 인간의 사고는 자신의 경험을 넘지 못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논쟁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복지논쟁을 하면서 저는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합니다. 우리 정부에서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 온 박사들입니다. 특히 경제정책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경험에 익숙하기 때문에 중요 사안의 결정을 미국식으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복지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복지정책도 미국식으로 바라보고 거기에서의 방식으로 한국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그 경험이 좀 다릅니다. 저는 젊은 시절 짧지만 미국을 경험했고, 나이 들어 유럽에 관심..

얀테라겐의 나라 스웨덴의 국민의식

[얀테라겐의 나라 스웨덴의 국민의식] 몇 년 전 스웨덴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그곳에 관한 책 몇 권을 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웨덴이란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북구라파의 복지국가라는 정도? 그것이 내가 아는 스웨덴의 전부였다. 그 때 산 책 중에서 내게 스웨덴의 면모를 가장 쉽고, 내용 있게 알려준 게 신필균 선생의 이란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복지전문가로서 오래 동안 스웨덴에서 살았던 경험에 기초하여 쓰여 진 책이었기에, 어떤 책보다도 복지국가를 이해하고자 했던 내게, 최상의 정보를 제공했다. 오늘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이 책을 꺼내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 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얀테라겐’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얀테라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