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내란 수사 상황을 보면서 시어머니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하여

박찬운 교수 2024. 12. 17. 16:25

내란 수사 상황을 보면서 시어머니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하여

 

나는 지난달 당분간 SNS를 자제하며 공부에 열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력 있는 실무가로 돌아가기 위해선 최소한 1년 정도 법서에 파묻혀 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내가 요즘 매일 이곳에 글을 올리고 있다. 12. 3. 내란 사태의 여파다. 위태로운 세상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내 할 일을 찾아 조그만 힘을 보내고자 함이다. 당분간 그것이 내 공부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이 사태가 이렇게 정리되길 바란다. 하나는 내란 사태의 주범인 윤석열이 한시바삐 이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하야든 탄핵이든 어떤 것도 좋다. 둘은 윤석열과 그 일당에게 법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공화국을 배신한 이들에게 혹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은 빠른 시간 내에 이 정권을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란 행위를 비호하는 세력이 다시는 이 나라의 정치 전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들의 응집된 의사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바람은 나뿐만이 아니고 이곳의 많은 친구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이 바람을 이야기하면서 여기에 하나를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법과 절차의 중요성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윤석열의 크나큰 죄는 우리가 지난 반세기 가깝게 만들어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결정적으로 위협했다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극도의 반민주적, 반법치적 행위였다. 우리는 지금 그것에 분노하면서 또 한 편으론 그것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지난 2주간 이 질곡의 시간을 멋지게 벗어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2시간 반 만에 국회는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켰고, 11일 만에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수십만 명의 국민이 여의도를 메웠지만 물리적 충돌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집회 후 현장은 순식간에 원상회복되었다. 세계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놀라운 민주주의라고 칭송한다. 이후의 회복 절차도 우리는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다.

급한 마음이야 우리들 모두에게 있다. 탄핵 절차와 내란죄 수사/재판절차가 진행되겠지만 그 결론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다. 수백 수천만 명의 국민이 티브이 생중계로 내란의 현장을 목격했는데 무슨 심리가 필요하고 무슨 증거가 필요할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 절차는 군중 재판이 될 수 없다. 철저히 우리의 헌정질서 속에서 법절차에 맞춰 진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지극히 민주적이어야 하며 지극히 법치주의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신뢰를 줄 수 있고 실추된 이 나라의 국격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매의 눈으로 지금 진행되는 법적 절차를 바라다본다. 범죄자들이 법치주의의 허점을 이용해 기사회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법절차를 지키자고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최근에 만들어진 새로운 수사절차는 많은 틈새가 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과정에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곳에서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려 사항을 이야기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나는 이것이 이 시기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