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12. 3 내란 사태 이후 나의 일상(2)

박찬운 교수 2024. 12. 15. 04:46

 역사의 기록을 위해 며칠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여기에 정리해 올린다. 12. 3 내란 사태 이후 내 삶의 중심이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책상 앞에 앉으면 이 문제와 관련된 글을 써 페이스 북에 올린다. 이것이 이 시기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탄핵소추는 12월 14일 드디어 성공했다. 
 

내란 사태와 공적 분노에 대하여

 
이번 사태에 대해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위헌, 위법의 내란 행위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부의 법률가들이 이 사태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어떤 이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번 사태가 헌법에는 위반되지만 그 정도에 있어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성은 갖추지 못했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헌법에 위반되기는 하지만 유혈 사태도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내란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도 말한다.
이런 주장을 볼 때마다 나는 솔직히 분노가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어떻게 법률을 배웠다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런 말을 하는 법률가들은 12월 3일 야간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하는 장면을 보고서도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들은 국회를 지배해 온 야당에 대해 분노하면서 대통령이 오죽하면 저런 일을 했을까 동정심을 갖고 있다. 동정심을 갖고 이 사태를 보니 대통령이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직접 계엄군과 경찰을 진두지휘했다고 하는 관련자들의 증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계엄에 따른 최소한의 유형력의 행사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시민들이 이 사태를 목도할 때 느낀 그 '분노'를 함께 느낀다. 어떻게 민의의 전당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면서 들어올 수 있을까? 어떻게 의사당을 봉쇄하면서 국회의원의 입장을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21세기 민주 대한민국에서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저것이야말로 국헌 문란의 폭동이고, 민주공화국에 대한 반란이 아닌가?
나는 강의실에서 자주 학생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해 말한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적 분노'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분노가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기초적 힘이다. 여기에 능력을 결합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중인환시리에 일어난 이번 사태에 분노하지 않는 법률가들을 보면서 새삼 공적 분노의 중요함을 느낀다. (2024. 12. 13)
 
 

계엄선포는 내란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법률가들(헌법학 석학이라고 불리는 학자까지도) 사이에서도 오해가 있다.
제일 큰 오해는 이런 주장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내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바로 이것이 어제 윤석열의 담화에서 자신을 변호한 논리이기도 하다.
이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풀어준다고 이러 글을 쓴다는 게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꾹 참고 몇 자 적는다.
1. 이번 계엄선포가 헌법이 정한 요건에 따르지 않아 위헌이라는 점은, 내란죄가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크게 다투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 이번 계엄선포는 형식적 요건(절차), 실질적 요건(사유) 어떤 것도 갖추지 못했으니, 명백히 위헌이다.
2. 이번 계엄선포는 단순히 헌법적 차원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범죄행위이기도 하다. 즉 계엄선포와 더불어 이루어진 포고령 공포, 군대동원이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 대통령은 위헌적 권한행사로 헌법적 차원의 책임만 지는 것이 아니라 형사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동시에 포고령이 공포되었는데, 거기에는 국회의 정치활동 금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에 따라 군대를 국회에 보내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못하도록 국회의원을 끌어내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폭동'이다.여기에서 국헌문란이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제91조 제2호)이다.
4. 다시 정리하면, 이 사건은 헌법적으론 위헌적 대통령의 권한행사이며, 형법적으론 내란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이다. 내란죄에 초점을 맞추면 계엄선포와 포고령 공포, 군대동원에 의한 국회(선관위 포함) 침탈 등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범죄행위이다.
5. 이런 설명에도 '대통령이 위헌적 계엄선포를 했다는 것만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말이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이 사태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혹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무책임한 선동일 뿐이다. (2024. 12. 13)
 
 
<아래 글은 12. 14.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이 된 이후 게재한 글이다. 윤석열의 직무가 국회 의결 즉시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소추의결서가 송부된 이후에나 정지된다는 것이다. 국회법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문제점을 간단히 정리해 게재하였다.>
 

대통령 직무정지의 시점에 대하여

 
이번에 알았는데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이 되면 소추의결서를 피소추자에게 송달되었을 때부터 직무가 정지된다고 한다. 이것은 국회법 제134조 제2항에 따른 것인데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규정은 대통령이 아닌 공무원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대통령의 경우까지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비상계엄 선포권과 같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해, 국회에서 직무를 정지시키는 탄핵소추 의결이 있었음에도, 의결서가 송달되어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피소추자에게 자칫 사고 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송달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차제에 국회법을 손봐야겠다.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의장이 의결을 선언하는 즉시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해야 한다. 즉, 의장이 의사봉을 3 타 하는 순간 바로 효력이 발생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 효력도 선고와 동시에 발생한다. 헌재 결정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파면 결정을 기억해 보라. 당시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파면 선고하는 즉시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효력도 그래야 한다.
국회법을 꼭 손봐야 한다. (2024.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