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의 그 악습을 이젠 끊어버리자
아침에 지하철 역으로 가는 데 유난히 반짝이는 까만 세단 한 대가 눈에 띄었다.
뒷자리에 까만 정장의 신사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눈에 익은 사람이다. X 변호사. 얼마 전까지 검사장을 하다가 지난 번 인사 때 옷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한 친구다.
저 친구는 지금 얼마를 벌까? 그 홍변호사와 비슷한 연배니 건당 수억을 벌까? 아니, 또 다른 홍변호사를 내가 몰라 보는 건 아닐까.
지금 법원과 검찰에 있는 법조인들이여, 제발 저 모습을 당신들의 10년 후, 20년 후 모습으로 그리지 말라. 부탁하노니, 현직에 있음을 자족하고, 부디 정년까지 그 직에서 최선을 다하라. 그 이유를 정녕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판사, 검사로 있다가 변호사로 전직해 건당 수억의 돈을 받는 건 사기행위, 날강도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건 누가 봐도 노력의 댓가가 아니잖은가.
그정도가 아니라도, 변호사로 큰 돈 버는 건ㅡ물론 예외도 있다. 어떤 사건은 정말 변호사가 돈을 많이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건도 분명 있다ㅡ, 애당초 교도소 담장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다. 큰 돈 받으면 반드니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누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리 큰 돈을 갖다 주겠는가. 부정한 청탁을 해달라고 주는 돈이 아니겠는가. 당신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그 돈 받고 잠 못 이루는 그 밤을 어찌할 것인가. 그런 돈 받는 건 명을 재촉하는 거다.
대형로펌에 꽃가마 타고 들어가려고도 하지 말라. 거기도 마찬가지다. 현직 출신을 수억 연봉 주면서 영입한다면, 당신은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곳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고상한 일터가 아니다. 수백명 변호사, 직원 거느린 로펌은 자본의 논리가 철저히 작동되는 곳이란 걸 모르는가. 결코 환상적인 직장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저열함을 참아야 한다. 정의감을 시궁창에 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큰 돈 버는 거다. 전관 변호사라고 해서 그냥 사건을 수임하는 게 아니다. 거기엔 분명 브로커가 끼게 마련이다. 더러운 공생구조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직에 있다가, 변호사로 나와 큰 돈 버는 건, 공평의 원칙에서도 용서되지 않는다. 당신들은 고위공직자로 연금만으로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당신의 연금이 얼마인가? 우리나라 연금생활자 중 최고수준이 아닌가.
그런데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한건에 수억씩 돈을 받는다면, 그걸 누가 공평하다 하겠는가. 그건 과욕이다. 어찌 세상에 시험 한번 보고, 인생을 그리도 특권적으로, 살려고 하는 것인가.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가 뭣이 겠는가. 전관예우를 노리고 변호사로 나오겠다면, 바로 당신이 그 헬조선의 주범이다.
그래도 사표쓰고 나오겠다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판사, 검사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당최 큰 돈 벌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 변호사는 큰 돈 버는 직업이 아니다.
부탁하고 또 부탁하노니, 마음을 바꿔라. 홍변호사, 최변호사는 이번으로 족하다.
전관의 경험을 선용하라. 거기에 정의감을 더하라. 그리하면 당신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또 아는가? 그럼에도 하늘이 도와 돈까지 번다면, 그거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당신의 복이거늘.
(2016.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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