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단상

7호선 관찰기

박찬운 교수 2017. 10. 24. 14:15



7호선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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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사진 LERK)

 


출근길 숭실대입구역에서 7호선을 탔다. 에그머니 만원일세!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건대역까지 가는 중 몇 번 앉을 기회가 있을 테니. 관건은 빨리 내릴 만한 승객 앞에 서는 것. 지체해선 안 된다. 순간적으로 대상을 물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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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이 사람이면 가능성이 높겠다 생각한 이는 가방 하나를 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20대 아가씨. 분명 학생은 아니다. 그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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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으면 두 번 째 정거장인 이수역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분명 저 아가씨 시내로 나갈거야. 근데... 이수역이 다가오는데도, 이 아가씨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 있다. 그럼, 고속버스터미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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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터미널역이다. 이젠 일어나겠지? 이게 웬 말? 계속 잠을 잔다. 야, 이거 오늘 복 없는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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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서 승객들이 일어난다. 그 때마다 자리를 찾으려고 눈을 돌리지만 번번이 간발의 차로 옆 승객에게 뺏기고 만다. 참, 이런 날 드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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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여전히 내릴 기미가 없다. 전철은 반포, 논현을 거쳐 목적지로 향하는데... 갑자기 오기가 생긴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보자. 설마 강남구청역이야 그냥 지나치겠나. 그럼 잠시라도 기회는 있는 거야. 끝까지 가는 것보다야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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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청역. 아뿔싸, 졌다. 이 아가씨 아예 시체다. 전철은 드디어 한강을 넘어 뚝섬역을 거쳐 건대역에 닿았다. 이제 내가 하산할 때다. 모든 것 체념하고 내릴 준비를 하고 문을 바라본다. 그때, 아가씨가 눈을 갑자기 뜨더니, 나를 슬쩍 흘겨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잽싸게 짐을 챙기고 내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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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신음소리와 함께 이런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하철 타고 다니기 되게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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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방금 전 7호선을 타고 오면서 그 아가씨 앞에서 선채로 쓴 것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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