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기타

격정토로(2) 정교일치를 호소하는 어느 교회

박찬운 교수 2016. 7. 11. 06:27

격정토로(2) 정교일치를 호소하는 어느 교회

 


어제 뙤약볕 산책을 하던 중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무슨 건물로 보이는가? 관공서? 아니다, 이 사진은 어느 교회 건물을 찍은 것이다. 강남의 유명교회다. 요즘 한참 분규 중인 그 교회다. , 건물 맨 위를 보자. 깃발 두 개가 펄럭인다. 하나는 교회 깃발로 보이고, 또 하나는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이다.

 

교회 옥상에서 태극기가 휘날린다? 이런 교회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본 적이 없다.

 

무릇 세계의 주요 종교는 정치권력의 비호 속에서 성장했다. 고대국가는 대부분 정교일치의 사회였고, 종교를 신민 통치의 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역사의 격랑을 거쳐 근대에 들어와서는 하늘의 일은 하느님에게로, 세상의 일은 카이사르()에게로라는 말과 같이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문명국가치고 국가가 종교의 일에 관여하거나, 국가의 일에 종교가 관여하는 국가는 없다.

 

그러니 교회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은 생경할 수밖에 없다. 천주교회에서 저런 태극기가 휘날리는 곳이 있던가? 저 교회는 개신교단 소속인데, 개신교회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개신교회는 특수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개신교단(기장계열)과 진보기독교 단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교단과 교회는 보수적이며 친정권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개신교회 중 주류는 한국전쟁 전후로 북쪽에서 월남한 장로교회다. 이들 교회는 일찌감치 반공주의에 의해 지배되었고, 자연스럽게 정권과 유착되었다. 그렇더라도 모든 개신교회에서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은 아니다.

 

저 교회는 개척 이래 보수교단 소속이면서도 꽤나 개혁적이고도 모범적인 교회운영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개척자인 옥한흠 목사는 강직하면서도 온유한 성격의 목회자로 유명했다. 그는 물질적 욕망도 자제해 낡은 아파트에서 친모와 장모를 모시고 살았다. 나는 가끔 그 분을 스포츠센터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그 모습이 머리에 어른거린다.

 

옥 목사는 강남의 대형교회처럼 후계자를 아들에게 넘기지 않았다.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에서 목회하던 젊은 목사를 청빙했고, 그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사달이 났다. 교회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 것이다. 새 목사가 대형 건축을 시작하면서 교회는 둘로 나누어졌다. 온갖 송사가 시작되었고, 그 목사를 인정하지 않는 교우들은, 일요일이면 교회 바깥에서 목사 물러나라고 소리를 높인다.

 

그런 교회에서 태극기가 펄럭인다. 저 교회는 수많은 송사가 있어 정권이,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손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에서인가. 저 펄럭이는 태극기가 그냥 국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정부여, 수사기관이여, 살려 줘, 정권에 협조할 테니 나를 보호해 줘’, 그렇게 호소하는 듯하다. 이것이야말로 정교일치를 원하는 어느 교회의 몸부림이다.

 

, 그런데 이런 기사가 나왔다. 저 교회에 판검사, 변호사가 다닌단다. 그들은 가끔 모여 그 문제의 목사를 위해 법적 조언을 하고 대책을 의논했단다. 사법의 상징인 대법원 코앞에서 법조인들이 모여 부조리의 공범이 되었다니.... 이게 웬 말인가

(2016.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