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나라가 어지럽다

박찬운 교수 2023. 6. 3. 03:58

 

나라가 어지럽다.
 
 
나는 지난 정부 경찰개혁 과정에 열심히 참여했다. 개혁의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만이 아니었다. 경찰 공권력 행사의 근본을 바꾸어 인권경찰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개혁위는 많은 것을 제안했고 경찰은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나하나 제도를 바꾸고 현실을 바꾸어냈다. 그 중에는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있었다. 더 이상 차벽은 불가하고 더 이상 백골단은 불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각종 규정과 관행을 바꾸었다. 그런 이유로 지난 정부 내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의 과잉대응은 없었다.
 
 
나는 몇 달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찰의 인권침해를 막는 역할이었다. 관련 소위원장 임무를 3년 임기 중 2년을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로 제일 많이 접했던 것이 현행범인 체포과정에서의 공권력 남용이었다.
 
 
인권위는 현행범을 체포하더라도 무조건 수갑을 채우는 것에 제동을 걸었고, 더욱 뒷수갑을 채우는 것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인권침해를 인정했다. 이런 진정사건이 있을 때마다 경찰은 담당경찰관 뿐만 아니라 경찰서의 감사담당, 지방청의 감사담당 경찰관을 인권위 심의과정에 보내 체포과정에서 수갑 착용이 과잉대응이 아니었음을 열심히 변소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이런 변소를 받아준 적은 거의 없다. 인권위는 현행법 체포시 무리한 수갑착용, 특히 뒷수갑 착용에 대해 이런 판단을 줄곧 해왔다.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2 제1항은 경찰관이 수갑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조 및 제5조는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수갑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수갑과 같은 경찰장구의 사용은 신체의 기능이나 활동에 대한 제한적 조치이므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 ... 피진정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경찰장구 사용이 헌법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계규정에서 요구하고 있는 바와 같은 경찰장구 사용에 대한 적정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 경찰청에서 개정(2019. 4.)한 「수갑 등 사용지침」의 개정취지에도 어긋난다. "

 
 
이러한 인권위 결정에 대해 경찰은 거의 대부분 사건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다. 관련자들에 대해 경고를 하거나 징계를 했다. 경찰관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했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것이 지난 정부 경찰의 모습이었다.
 
 
여기 게시된 금속노련 위원장의 체포상황을 보라. 이것이 현재의 경찰 모습이다. 지난 정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정권이 바뀐지 불과 1년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인권위가 망가지지 않는 한 위와 같은 판단과 권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데, 경찰이 인권위 말을 들을지 걱정이다.
 
 
경찰이 이렇게 쉽게 변하는 것을 두고 누구는 이것이 경찰의 DNA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가 공권력의 작동 행태는 제도와 그것을 사용하는 권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경찰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다.
 
 
경찰개혁 과정에서 채택된 수많은 권고가 있다.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권력이 경찰을 놓아주어야 한다. 13만 경찰관들의 자존심을 이런 식으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
 
 
나는 경찰관 99 프로는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경찰로서 시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간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자존심을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찰개혁이다. 언제까지 경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부릴 것인가!
 
(2023.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