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고백
추석 연휴 나흘을 조용히 보냈다. 그저 집에서 영화나 보다가 하루에 한 번 잠간 산책을 했을 뿐이다. 책상 위엔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지만 어쩐지 이번 연휴엔 손이 가지 않았다. 머릿속엔 안개가 자욱하다. 뭔가 모호하고 정확하지 않다. 강렬한 욕망의 추억을 재현하고 싶지만 이젠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날씨도 완연 가을 기분이다. 어제 밤엔 선선하다 못해 한기를 느껴 창문을 닫아버렸다. 새벽 3시 경 눈을 떴다. 조금 더 자야 하지만 그냥 일어나고 말았다. 갑자기 한 가지 잊은 게 생각났다. 생각난 김에 하지 않으면 필시 또 잊을 것 같았다.
남성호르몬이 점점 줄고 여성호르몬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기분은 자주 다운되고 가끔은 울적하기까지 한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기보다는 자꾸 고개를 돌려 과거를 쳐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크게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을 타는 중년 남자의 새벽고백이다.
(201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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