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단상

일상의 습관에 대한 단상

박찬운 교수 2023. 5. 8. 05:02

며칠간 가족 없이 혼자 생활을 했다. 혼자 있으니 마음껏 자유를 누릴 줄 알았다. 나의 규칙적 생활에 잠시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잠을 더 자 몸에 편안함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기상 시간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30분이나 빨라졌다. 새벽 3시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바람에 평상시보다 더 피곤했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여의치 못했다. 30분도 자지 못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이 반복되었다.

왜 나는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몸에 밴 습관의 굴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가?

인간은 습관의 노예다. 습관이란 오랜 기간 같은 일을 반복함에 따라 몸에 새겨진 일종의 자동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인간은 그에 좇는 수밖에 없다. 가끔 의지적으로 그것에 반하는 행동도 해보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옛날의 습관이 나타나 나를 제어한다.

인간의 주요한 행동은 모두 습관과 연결된다. 잠자는 것, 일하는 것, 청소하는 것, 독서하는 것... 이 모든 게 습관적 행동이다. 습관적 행동이 사람들에 의해 미덕으로 평가받는 경우, 그것을 성실이라 표현한다. 고독도 따지고 보면 습관이다. 고독한 사람은 습관적으로 혼자 있길 좋아한다. 떠들썩한 곳에 가면 오래 있지 못하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홀로 있는다. 고독이 몸에 밴 사람에게 여러 사람과 어울리라고 아무리 말해 본들 소용이 없다. 그렇게 노력해도 남는 것은 더 고독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습관은 인간의 안정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안정된 생활을 원한다. 불안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습관은 안정된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 재미는 없다지만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는 대개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이런 삶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

습관은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라 마냥 이것에서 벗어나려고 해봐야 다시 원위치하기 십상이다. 본능은 이성과의 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습관이 진짜 문제라면 그것과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찰의 대상으로 습관을 놓고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습관에 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습관의 변화가 오기 시작하고 마침내 새로운 습관이 시작된다.

본능이란 쉽게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습관의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쩜 당연하다. 다만 그 본능은 만고불변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도 있고, 집요한 성찰을 통해서도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런 고로 우리가 바꿔야 할 습관이 있다면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성찰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실한 삶이다. (202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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