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단상

일요단상-법률가는 조국사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박찬운 교수 2019. 9. 25. 14:44

법률가로 훈련된 사람들의 특징은 매사 신중함이다. 그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객관적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법률가들에겐 이쪽 저쪽 이야기 다 듣고 판단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 만일 급한 상황에서 의견을 말할 때라도, 자신의 판단근거가 틀릴 것을 예상하여,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단서나 조건을 붙인다.

요즘 이 공간에서 글을 쓰는 법률가들에게선 이런 특징이 잘 안 보인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적잖은 법률가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글을 쓴다. 보수든 진보든 가릴 것 없이, 밑도 끝도 없는 기사 하나를 근거랍시고, 단정적이고 선동적인 글을 써댄다.

도대체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무엇인가. 찌라시 같은 언론보도 외에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하나라도 댈수 있는가. (사실 나로서는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의 사실관계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과도'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 뿐이다.)

언필칭 책임있는 법률가들이라면,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글을 씀에 있어서는,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접근할 수 없다면, 단서라도 달고, 글을 써야 한다. 믿기 힘든 찌라시 보도 하나를 근거로, 비판자 역할을 하는 것은, 법률가의 자세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정확히 내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조국 사태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가급적 (잘 알지 못하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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