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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 매는 것이 아니다

박찬운 교수 2025. 4. 24. 07:32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 매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의 행태가 의심스럽다-

 


나는 법률가다. 법원을 비판하는 일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최후의 보루이며, 법관은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는 기본적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사법부를 향한 국민적 불신이 커져갈 때가 있다. 이때는 나도 그냥 외면만 하기 어렵다.


윤석열 내란 사건을 심리하는 지귀연 재판부는 지금 국민적 불신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재판부는 해괴한 논법으로 내란죄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자를 구속취소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이제는 특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을 때 이들은 포토라인에 서서 언론 노출을 감내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그러나 윤석열은 다르다. 재판부는 지하통로 이용을 허용해 언론 노출 없이 법정에 출입하도록 했다.


더 이례적인 것은 법정 내에서 공판 시작 전 사진마저 찍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비판의 십자포화를 맞고 나서야 두 번째 기일부터는 사진 촬영을 허용했지만 이미 신뢰는 땅에 떨어진 뒤다. 거기에다 법정 내에서 피고인의 착석 위치도 문제다. 피고인의 위치는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재판부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앉아야 한다. 그것은 법정의 권위이자 재판의 기본이다. 하지만 피고인 윤석열은 변호인의 뒷줄에 앉아 있다. 그뿐인가. 피고인이 법정에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도 재판장은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일반 사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이 모든 것들이 법정에서조차 피고인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충분히 살만한 상황이다.


이재명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역시 그 절차가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쟁점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라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번복되기는 매우 힘든 사건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바로 심리에 들어가고 그것이 끝나자 속행기일까지 잡았다. 대법원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신속 절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중대한 법리나 판례 변경 등 신중을 요하는 사안에서 사용된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이례적 절차 운영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절차를 진행하다간 이재명 의원에게 불리하든 유리하든 그 결과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 무슨 이유로 대법원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


나는 사법부의 독립을 누구보다 존중한다. 그러나 그 독립은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의 독선으로 전락할 뿐이다. 사법부에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법원이 보여주는 모습이 공정한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이례적인 특별대우, 사상 초유의 신속 절차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2025.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