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37

The Crown 중간 감상기(시즌1, 2)

오랜만에 큰 맘 먹고 한 시리즈물을 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The Crown. 현대 영국왕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1회 1 시간씩 10부작의 한 시즌이 끝나면 다시 같은 분량의 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엔 시즌4까지 나왔으니 총 40부작(현재 시즌6까지 제작). 전체를 감상하려면 4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오늘로서 시즌 2까지 감상을 완료했다. 곧 바로 시즌3와 시즌4를 볼까하다가 무리한 시청이란 생각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이제까지의 감상을 정리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든지 영국왕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주로 가십거리를 말하지만...가끔은 진짜 저 왕실의 속살을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21세기에도 군주가 존재하는 나라에 대한 당연한 호기심이다. 영국은 어떻게 지난 2백..

영화이야기 2021.02.09

기억하는 만큼 존재한다, <내일의 기억>

내가 어느 날부터 기억력을 상실한다면... 나는 어떤 존재일까? 오래 전 일을 기억 못하는 것이야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기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가족의 이름과 심지어 얼굴마저 잊어버린다면.... 마지막으론 나 자신조차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그렇게 된다면 나는 과연 살 필요가 있을까? 아니 이런 고민마저도 할 수 없을 텐 데.... 사람은 기억하는 한도에서 살아가는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내가 더 이상 너를 모르는데 너란 사람을 어찌 사랑할까? 내게서 기억력을 앗아가면 너는 존재하지 않고, 급기야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내가 기억하는 만큼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 영화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2007년 작)은 기억력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삶을 실감나게 그렸다. 사에키..

영화이야기 2021.01.30

허접한 미국의 의료시스템과 싸우는 아빠의 사랑, <존 큐>

세계 최고 선진국이란 미국이 요즘 거덜 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 하에서 맥을 못 춘다. 확진자 수가 매일 수 만 명씩 증가하고, 매일 환자들 중 수 천 명은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며칠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그가 복귀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받은 치료를 원하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없다. 현재로선 미국에서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되는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의료기술이야 세계 최고지만 의료서비스는 돈 없는 사람들에겐 최악이란 것은 이제 상식이 된 사회다. 미국의 의료는 우리나 다른 서구국가처럼 사회보험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철..

영화이야기 2020.10.10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늘을 걷는 남자>

가슴 속에 꿈을 품고 사는 리얼리스트! 내가 지향하는 인간형이다. 꿈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강퍅하다. 그에게서 미래를 기대할 순 없다. 현실이란 땅에 발을 딛고 살지 못하는 몽상가는 공허하다. 그에게서 삶의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 이런 지향 때문인지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영화는 현실에 바탕을 둔 꿈을 그린 영화다. 아무리 영상이 아름답고 스토리가 멋져도 그것이 허구에 불과하다면 감동은 깊지 못하다. 그런데 오금을 저리게 하는 영상이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감동은 극에 달한다. 인간의 위대함을 그린 영화는 많다. 고대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 고대 기술문명의 총화 로마인 이야기,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의 고대문명, 물의 도시 베네치아 이야기... 그런 것들을 그린 영화는 인간의 꿈을 실현시킨 ..

영화이야기 2020.10.09

수준급의 한국 범죄 스릴러

추석 연휴 기간 집콕하면서 줄 참 영화를 보고있다. 그동안 주로 양화를 보다가 이번엔 한국영화로 방향을 바꾸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혹시 한국영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의도는 없었지만 그런 문화적 사대주의가 조금은 있었을지 모른다. 최근 10여 편 이상의 한국영화를 보았는데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구성이 탄탄하다. 특히 범죄 스릴러는 미국이나 유럽의 같은 유와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본 영화를 죄다 감상평으로 남겨 놓고 싶지만 시간상 그럴 수 없어, 몇 편에 한해,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를 여기 정리해 놓는다. 이렇게라도 해놓지 않으면 후일 무슨 영화를 보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자연스런 현상인지 아니면 나의 기억력이 급속도로 쇠퇴..

영화이야기 2020.10.02

유황도 전투를 보는 두 개의 시선,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2006년 명배우이자 명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두 개 영화를 동시에 만들었다. 그것도 하나의 소재를 두 개의 관점에서 보는 영화를 거의 동시 개봉했다는 것은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기록이다. 과 바로 이 두 영화다. 두 영화는 일본의 섬 유황도, 곧 ‘이오지마’를 배경으로 하는 전쟁영화. 이오지마는 일본 열도의 남동쪽 오가사와라 제도 중 한 섬으로 2차 대전 중 전략요충지. 미국이 이 전투에서 이겨 이 섬을 손에 넣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사이판 기지에서 일본 본토를 향해 출격하는 B-29 폭격기가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오기 위해선 이오지마를 점령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국이 이곳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일본 본토 공격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으로 그 전략적 이익이 막대했다. 일본군 입장에선 이 ..

영화이야기 2020.09.05

전쟁이란 무엇인가?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수많은 전쟁영화가 있다. 어떤 전쟁영화든 메시지 하나는 동일하다.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것. 전쟁이란 인간이 국가란 이름으로 살인을 정당화하는 거대한 살육 이벤트. 극악한 연쇄살인범이라도 전쟁과 비교할 수 없다. 수백만, 수천만이 살육되는 현장에서 어찌 연쇄살인범이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명불허전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Full Metal Jacket, 1987).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분명 우리가 많이 보아 온 전쟁영화와는 무언가 다르다. 그게 무엇일까. 일일이 내용을 소개할 필요는 없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직접 보고 느낄 수밖에.... 하지만 내 기억을 위해 간단히 내용과 함께 감상을 적어 놓는다. 영화의 시작은 베트남전이 한창 중인 60년 대 말 미국 해병 신병훈..

영화이야기 2020.08.30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삶, <빅터 영 페레즈>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것일까? 나는 리얼하면서도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영화는 대부분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지만 실재라고 생각하면, 저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하면서, 가슴 속에서 감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는 실화배경 영화는 다큐영화를 넘어서지 못한다. 인간사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그 수준도 천양지차. 소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명화가 되느냐 마느냐는 누가 메가폰을 잡고 예술성을 발휘하느냐이다. 우연히 위의 요건을 다 갖춘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자크 와니쉐 감독의 2013년 작 .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은 되었지만(2017년) 영화 정보 사이트를 보니 채 1만 명 관객도 못 모은 것으로 ..

영화이야기 2020.08.23

그녀가 ‘지옥의 수레’에서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화차>

모처럼 한국영화를 한 편 보았다. 2012년 변영주 감독이 만든 . 시작부터 엔딩까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몰입도 높은 영화다. 2012년 개봉될 당시 상영관에서 꽤 인기를 끌었으니 웬만한 영화팬들이라면 이 영화를 모를 리 없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찾아보니 과연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고 있다. 내용은 대부분 호평일색. 한국 영화 중에 이런 탄탄한 내용과 구성을 가진 영화가 있다는 사실에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리뷰까지 보인다. 영화 스토리를 길게 쓸 생각은 없다. 여러 리뷰 중엔 대사 하나하나까지 정리해 이 영화를 심도 있게 소개한 것도 있으니, 스토리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런 리뷰 몇 개를 보면 충분할 것이다. 이곳에선 그저 간단하게 스토리 전개만을 정리해 둔다. ..

영화이야기 2020.08.20

갱스터 영화의 고전, <대부>(The Godfather)

굳이 이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여기저기 너무나 많은 글들이 있는데... 이런 글이 또 필요할까? 그럼에도 간단히 기록을 남기기로 한 것은 솔직히 나를 위해서다. 보고 나면 며칠을 버티질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내 기억력에 남겨두긴 너무 아까운 영화다(과거 기억력으로 먹고 산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못내 씁쓸하다. 이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고백이다. ㅠㅠ). 조금이라도 이 기억을 길게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기록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껏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적이 없다. 보기로 마음을 먹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앞부분 조금 보다가 그만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것은 약간의 부담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일로 바쁘게 사는 사람이 상영시간 3시간의 영화에 집중한다는 것은..

영화이야기 202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