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전쟁이란 무엇인가?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박찬운 교수 2020. 8. 30. 21:34

 

 

 

 수많은 전쟁영화가 있다. 어떤 전쟁영화든 메시지 하나는 동일하다.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것. 전쟁이란 인간이 국가란 이름으로 살인을 정당화하는 거대한 살육 이벤트. 극악한 연쇄살인범이라도 전쟁과 비교할 수 없다. 수백만, 수천만이 살육되는 현장에서 어찌 연쇄살인범이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명불허전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1987).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분명 우리가 많이 보아 온 전쟁영화와는 무언가 다르다. 그게 무엇일까. 일일이 내용을 소개할 필요는 없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직접 보고 느낄 수밖에.... 하지만 내 기억을 위해 간단히 내용과 함께 감상을 적어 놓는다.

 

 

영화의 주인공 조커는 이렇게 군인이 된다.

 

영화의 시작은 베트남전이 한창 중인 60년 대 말 미국 해병 신병훈련소. 우리나라도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했던가... 그 말의 원조는 미국 해병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미국 해병대와 그 총이라나? 영화의 주인공 조커(메튜 모딘)와 동기들은 지옥 같은 해병대 신병교육을 받는다.

이들의 훈련을 맡은 이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하트만 상사(로널드 리 어메이). 하트만의 목표는 신병들을 살인병기로 만드는 것. 조커는 하트만의 애제자! 공공연히 자신의 목표가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커의 헬멧에 BORN TO KILL이라고 써있다.

 

 군대에 가본 사람이라면 잘 알지만 신병교육대에는 언제나 한 두 명 고문관이 있는 법. 굼뜨고 겁 많고 뭔가 부족한 친구 로렌스(빈센트 도노프리오). 그는 동료 훈련병들 사이에선 골치 덩이. 그 때문에 아무리 잘해도 단체기압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고문관도 시간이 가면 군인이 되는 법. 얼마나 노력했는지 로렌스도 이젠 총도 다룰 줄 알고 제식훈련도 틀리지 않는다. 과연 그가 혹독한 8주 신병교육을 받고 베트남으로 갈 수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어떤 사람에겐 비극의 운명이 정해진 것인가. 교육이 끝나기 며칠 전 로렌스가 없어진다. 불길한 예감을 한 조커는 그를 찾아 나서고... 화장실에서 두 사람은 조우한다. 로렌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조커는 로렌스를 달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 하트만 상사가 로렌스를 향해 다가가자 이글거리는 눈망울로 한 발을 쏜다. 그리고...이젠 그의 차례... 총구를 입으로 돌려 또 한 방. 이렇게 해서 젊은 로렌스는 이승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고문관 로렌스... 그는 시간이 가면서 고문관에서 해방되었지만 훈련을 마치기  며칠 전 훈육관 하트만을 쏘고 자살을 한다.

 

 장면은 베트남 다낭으로 바뀐다. 조커는 성조기의 종군기자가 되어 전쟁 상황을 리포트 하지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총을 잡는 것. 영화는 종군기자 조커를 해병대 정찰병으로 만든다. 그의 헬멧엔 Born to Kill 이라는 글자가 빛난다. 살인하기 위해 태어난 조커.

헬기를 타고 가면서 동료가 벌판의 사람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빨리 달려가면 베트콩이고 느리면 운 나쁜 베트콩이라면서...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조커 일행이 베트콩의 크리스마스 대공세를 맞이해 정찰임무를 위해 폐허의 건물 사이를 걸어갈 때 시작. 아무도 없는 폐허 속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동료가 쓰러진다.

어딘가에 베트콩 저격수가 있다. 저격수의 위치를 모른 채 쓰러진 동료를 데려오기 위해 또 한 병사가 달려가지만 그 마저 저격수의 총알에 희생된다. 분대장 임무를 대신 맡은 카우보이는 후퇴를 명하나 이미 눈이 뒤집힌 병사들에게 그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저격수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병사들... 드디어 카우보이가 세 번째 총알받이가 된 후 동료들은 저격수를 잡는다.

 

베트콩 스나이퍼에 의해 희생된 미군

 

 

조커의 동료에 의해 이미 수십 발의 탄알이 몸에 박힌 어린 여성 베트콩. 그러나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운명은 어찌될까? 조커의 동료들은 그녀가 들쥐에 뜯겨 최악의 고통을 느끼면서 죽어가도록 그냥 갈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조커가 이를 거부한다. 그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녀의 입에서 애처로운 영어 몇 마디가 흘러나온다. Shoot me, shoot me... 조커는 그녀를 향해 한 발을 쏜다.

 

조커 동료 셋을 저격한 베트콩 스나이퍼, 알고보니 어린 여성이다. 

 

엔딩 장면은 병사들의 행진. 미키마우스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M-I-C-K-E-Y M-O-U-S-E  M-I-C-K-E-Y M-O-U-S-E... 조커의 소망이 독백으로 들린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 여자 팬티 속에 손을 넣는 것이라고....

 

민간인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는 미군,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이 영화는 무엇을 그렸는가. 관객에게 특별히 이념을 강조하지도 메시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 80년대 후반이면 아직 냉전이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큐브릭은 그저 전쟁의 실상을 그릴 뿐이다.

그러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허툰 게 없다. 모두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농담 같은 말이라도 그 속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전쟁이란 것이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화하는지 이보다 정확하게 그린 영화가 있을까.

어쩜 이 영화만큼 강력한 반전영화는 없다. 이념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무언의 영상으로 반전이념을 극대화했다. 전쟁이야말로 인도에 반하는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인류 최악의 범죄라는 것을.

(참고: 풀 메탈 재킷은 살상용 총에 사용되는 탄알의 탄피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