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40

밀라다 (Milada): 당신에게 들려주는 자유

사람은 신념을 지키며 살 수 있는가. 그저 사는 게 목적인 사람에겐 사치스런 말이다. 집값,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세상에서, 무슨 삶의 신념을 운운하냐고, 냉소적으로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독재시절 정보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이념을 지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왜 정권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그 모진 고통을 당했을까. 갈릴레이 갈릴리오처럼 잠시 지동설을 천동설로 바꾼다 해도,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들은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신념을 지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그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까. 그러나 세상이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그들 신념을 가진 자들로부터 온 선물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민주정권이 들어섰고, ..

영화이야기 2020.08.01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

실화를 배경하는 영화는 대체로 감동스럽다.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라 시시할 것 같기도 한데, 관객들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감동한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과연 실제상황이란 말인가? Unbelievable! 재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다. 그 중에서도 많은 승객을 태운 배나 비행기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누군가의 기지와 용기에 의해 사람들이 구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배우 톰 행크스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봐도 본전을 뽑는다. 그가 지난 30여 년 간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작품성이 보장된다. 특별히 잘생긴 배우도 아닌데 어떻게 젊은 시절부터 작품을 골라서 출연했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스스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그는 죽을 때까지..

영화이야기 2020.07.27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

사형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매우 많다.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영화는 대체로 사형의 잔혹함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그런 유론 아주 옛날 영화지만 수잔 헤이워드 주연의 가 볼만하다. 사형이 확정된 한 여인이 집행 때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보는 이마저 공포로 몰아 넣는다. (사형은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법의 이름 하에 거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집행 때까지의 기다림 그 자체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다. 미국은 그 대기 평균 기간이 9년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그 다음쯤이 미국이다. 중국의 사형은 인권을 논의하는 사람들로선 인권선진국과는 동일 선상에서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영화계를 주름잡는 사형영화는 거의 모두 미국의 사형을 소재로 한다. 유럽의 대부분..

영화이야기 2020.07.25

티벳에서의 7년

주말 동안 연속 3개의 영화를 보았다. 마지막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1997년 작 (감독 장 자크 아노). 제작된지 20년이 넘었으니 이미 고전 축에 속하는 영화다. 아마도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영화 중에선 가장 철학적 내용이 많이 담긴 영화가 아닐까. 잊지 않기 위해 스토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오스트리아 출신 하인리히 하러는 유럽의 유명 산악인이다. 고집스럽고 자아가 똘똘 뭉친 사나이다. 그는 1939년 2차 세계 대전을 앞두고 임신한 아내의 원망을 받으며 히말라야 낭가 파르바트(히말라야 14좌 중 9번째 높이, 8,125미터)를 향해 떠난다. 당시 이 산은 독일계 산악인들에겐 난공불락이었다. 번번이 등정에 실패하자 나치는 하인리히에 기대를 걸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이야기 2020.07.21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공직에 있다 보니 자유롭게 글을 써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어렵다. 공직이 준 원치 않는 쉼이다. 당분간 정치와 무관한 이야기를 써 블로그에 저장해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영화가 그 하나의 장르다. 어제에 이어 오늘 또 하나의 영화를 정리해 본다. 이 영화는 브라질 출신의 감독 윌터 살레스가 2004년 내놓은 작품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1928-1967)의 젊은 시절 남미여행을 영화화한 것이다. 20세기 남미의 인물 중에서 체 게바라만큼 흥미로운 사람은 없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념과 관계없이, 그의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인간애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39년의 짧은 인생은 뜨겁고 순수하고 희생적이었다. 그의 어록 중 가장 ..

영화이야기 2020.07.19

인빅터스(Invictus)

이 영화는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의 이야기이며 남아공 화해 역사의 한 증언이다.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를 끝내고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앞엔 흑백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국가가 있을 뿐이다. 백인으로 이루어진 럭비 국가 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이 경기를 하면 흑인들은 모두 영국을 응원할 정도다. 이 상황에서 만델라는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란시스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해 1995년 예정된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줄 것을 부탁한다. 스프링복스의 실력으론 불가능한 요구다. 이 때 만델라는 피나르에게 항상 애송하는 시 하나를 건네준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인빅투스. Invictus는 ‘굴하지 않는다’는 뜻의 라틴어. 이 시는 영화 이곳저곳을 수놓는다. ..

영화이야기 2020.07.18

영화 1987과 안상수 검사

영화 1987과 안상수 검사 어제 뒤늦게 영화 1987을 보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많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다음 기회에 말하자. 우선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요 모티브 중의 하나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서다. . 하정우가 맡은 최환 검사. 그는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으로 사건 초기 경찰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 없이 화장하려고 한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화 내용처럼 그 이상의 역할을 한지는 나로선 믿기 힘들다. . 원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부검검사는 현재 창원시장인 안상수 검사였다. 형사부 검사였던 안검사는 당직 검사로 부검을 담당했고, 이어 이 사건의 수사검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세간엔 그의 이야기가 널리 알..

영화이야기 2018.01.22

깊어 가는 가을 빈센트를 만나자-러빙 빈센트를 보고-

깊어 가는 가을 빈센트를 만나자-러빙 빈센트를 보고- 매우 유니크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 유화로 만든 에니메이션!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영화사에서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100명 이상의 화가가 참여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130여 점을 비롯해 6만 점 이상의 유화를 직접 그렸다. 기법도 보통 에니메이션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실제로 배우가 나오는 영상을 카메라에 담은 다음, 화가들이 그 영상을 바탕으로, 에니메이션의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을 그려 나걌다. 초당 12개의 그림이 필요했다고 하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제작기간 10년. 말그대로 이 영화는 고흐를 열렬히 좋아한 두 감독(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두 사람은 부부사이다)이 그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다.영화..

영화이야기 2017.11.12

그냥 스쳐지나 갈 수 없는 영화 ‘범죄도시’

그냥 스쳐지나 갈 수 없는 영화 ‘범죄도시’. 지난 번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에 대해 호평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영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찡하다. 그 정도의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면 천만관객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어떻게 순항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쉽진 않을 거다. 작품이 좋다고 흥행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 오늘은 혹평 받아 마땅한 영화 한 편을 이야기해야겠다. 며칠 전 요즘 잘나간다는 한국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범죄도시. 이 영화는 조선족들의 거리로 알려진 가리봉동에서 일어난 실화배경의 영화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잔혹한 조선족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는 금천경찰서 소속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 듣던 대로 여러 가지 면에서 흥행에 성공할 요소를 가지고 ..

영화이야기 2017.10.31

참 잘 만든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참 잘 만든 영화, 아이 캔 스피크 . 참 잘 만든 영화 한편을 보았다. 아이 캔 스피크.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평할 수밖에 없다. 혹시나 어느 평론가가 이 영화에서 흠을 찾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억지로 찾은 것에 불과하니, 기억할 필요가 없다. 내게 이 영화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두 말 없이, 두 개 엄지 척! .이 영화는 일본군위안부를 소재로 만든 것이다. 그런 영화는 원래 역사적 진실이 주는 무게로 말미암아 왠지 무겁고 칙칙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촐랑거리지 않고, 무거운 듯하면서도 거만하지 않다. 영화의 3분의 2는 이 영화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되었다고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관에 갔다면, 상영 한참 후까..

영화이야기 2017.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