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37

시민운동가의 명암을 보여준 <미국에서 가장 미움 받는 여자>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자유주의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보수는 주로 공동체 그중에서도 국가의 이익에 경도된 입장을 취하는 반면, 진보는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국기(국기 게양, 국기에 대한 맹세)나 국가(國歌)(국가 연주와 제창)에 대한 태도, 국가에 대한 충성서약의 가부, 공적 장소에서의 기도나 성경 읽기, 동성애(성소수자)의 인권 인정 여부 등이다. 당신은 이들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국가의 이익이 중요하니 아침마다 모여 국기에 대한 맹세 혹은 충성맹세문(oath of allegiance)을 암송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보수다. 더욱 미국은 기독교 국가니 아침 수업 전에 기도문을 ..

영화이야기 2020.08.14

슬픈...너무나 슬픈 감동, <밀리언 달러 베이비>

‘모쿠슈라’... 영화의 막이 내려가면서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이렇게 운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나를 울린, 너무나 울린 영화, . 연거푸 감동의 영화를 소개하는 데, 그것이 공교롭게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앞서 소개한 가 나오기 4년 전인 2005년 개봉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표작이다. 흥행은 가 더 성공했지만,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작품성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이 영화는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클린트 이스트우드, 얼 루디, 톰 로젠버그), 감독상(클린트 이스트우드), 여우주연상(힐러리 스웽크), 남우조연상(모건 프리만)을 받았으니, 감독이자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

영화이야기 2020.08.11

가슴 뭉클... 현대판 서부영화, <그란토리노>

어린 시절 가끔 미국 서부영화를 보았다. 존 웨인, 게리 쿠퍼,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이 주연한 서부영화는 소년의 가슴에 미국에 대한 동경을 가져다주었다. 법은 멀고 주먹이 앞서는 현실에서, 총을 쏘며 악당을 물리치는 서부의 총잡이들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알게 모르게 미국적 정의를 각인시켰다. 정의는 저렇게 실현해야 하는 것인데...우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번이라도 저렇게 화끈하게 정의가 불의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러나 언젠가부터 미국적 정의란 ‘힘의 정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힘이 없는 사람에겐, 힘이 없는 나라에선, 정의를 바랄 수가 없다는 게, 미국 서부영화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 아니었던가. 미국적 정의란 생각할수록 서글픈 것... 그렇게 ..

영화이야기 2020.08.10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던 월 Dawn Wall>

계속 비가 온다. 역대 최장 장마가 될 것 같다는 기상예보다.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가 나고, 길이 끊어지고, 인명피해가 줄을 잇는다. 많은 사람들의 어려움이 눈에 아른거린다. 하루 빨리 해가 뜨고 복구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연휴 5일째. 재난상황에서 피서를 떠날 수 없어 그저 집에서 책이나 보다가 머리가 아플 때면 영화를 본다. 어제 밤, 오래 전에 찜해 놓은 비장의 영화 한편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극영화가 아닌 등반 다큐 영화. 2017년 작 . 살다보면 무료한 때가 있다. 내가 왜 사는가... 회의가 들 때가 있다. 그 때 남대문시장에 나가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그 치열한 삶을 옆에서 지켜만 봐도 나의 삶이 얼마나 나태한지, ..

영화이야기 2020.08.09

공포영화의 바이블, <샤이닝>

어제 밤 공포영화를 한편 보았다. 영화보기가 취미인 사람이라면 아마 예외 없이 보았을, 영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1980년 작 . 혹자는 이 영화를 평하길, 호러영화의 교과서 혹은 바이블이라고 한다. 그런 영화를 아직까지 보지 못하다니,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는 듯하다. 내가 원래 공포성 영화를 보지 않는 게 아니다. 잔인한 범죄영화도 비교적 자주 본다. 보고 나면 크게 남는 것은 없지만, 분명 그것도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영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무슨 유령이나 귀신이 나와서 사람과 대화를 하고, 거기에서 악령과 손을 잡고 칼부림이나 도끼를 찍어대는 영화는 도통 볼 엄두가 안 난다. 밤에 꿈에 나타날지 모른다는, 쓸데없는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어제 밤, 혼자서 러닝 타임 2시간 20분의 을 보고..

영화이야기 2020.08.07

하늘의 침묵(The Silence of the Sky)

모처럼 며칠 연가를 보내게 되었다. 공직을 맡은 덕(?)에 교수의 특권(?)인 방학을 당분간 바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나로선 큰 희생이다. 이 직을 맡지 않았으면 지금쯤 전국 어느 암자의 호젓한 방안에서 책을 읽거나, 전나무 숲속 길을 맨발로 걷고 있을지 모른다. 그날이 언제 오려나... 당분간 그런 호사스러움은 과거를 추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더욱 올핸 장마가 길고 수해마저 곳곳에서 일어나니 어딜 갈 엄두가 안 난다. 아침에 일어나 넷플릭스 영화 목록을 뒤지다가 눈에 띄는 영화 하나를 발견했다. 스릴러물인데, 볼까말까 망설이다, 웬지 어떤 끌림이 있어, 클릭을 하고 말았다. 브라질의 떠오르는 스타 감독 마르코 두트라(40세)가 2016년 만든 (The Silence of the Sky..

영화이야기 2020.08.05

신은 존재하는가? <사일런스>

비오는 아침에 영화 한편을 보았다. 종교영화, 마틴 스콜세지의 2016년 작 . 마틴 스콜세즈?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에피소드는 기억할 것이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날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영화 으로 그와 나란히 감독상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즈를 바라보며, “어렸을 때 영화 공부를 하면서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이 통역되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직접 영어로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 라고 했다. 순간 장내는 떠나가는 박수 소리가 들렸고, 한 거장이 일어나 눈물의 답례를 했다. 이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영화 . ..

영화이야기 2020.08.02

밀라다 (Milada): 당신에게 들려주는 자유

사람은 신념을 지키며 살 수 있는가. 그저 사는 게 목적인 사람에겐 사치스런 말이다. 집값,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세상에서, 무슨 삶의 신념을 운운하냐고, 냉소적으로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독재시절 정보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이념을 지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왜 정권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그 모진 고통을 당했을까. 갈릴레이 갈릴리오처럼 잠시 지동설을 천동설로 바꾼다 해도,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들은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신념을 지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그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까. 그러나 세상이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그들 신념을 가진 자들로부터 온 선물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민주정권이 들어섰고, ..

영화이야기 2020.08.01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

실화를 배경하는 영화는 대체로 감동스럽다.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라 시시할 것 같기도 한데, 관객들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감동한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과연 실제상황이란 말인가? Unbelievable! 재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다. 그 중에서도 많은 승객을 태운 배나 비행기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누군가의 기지와 용기에 의해 사람들이 구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배우 톰 행크스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봐도 본전을 뽑는다. 그가 지난 30여 년 간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작품성이 보장된다. 특별히 잘생긴 배우도 아닌데 어떻게 젊은 시절부터 작품을 골라서 출연했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스스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그는 죽을 때까지..

영화이야기 2020.07.27

데이비드 게일(The Life of David Gale)

사형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매우 많다.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영화는 대체로 사형의 잔혹함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그런 유론 아주 옛날 영화지만 수잔 헤이워드 주연의 가 볼만하다. 사형이 확정된 한 여인이 집행 때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보는 이마저 공포로 몰아 넣는다. (사형은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법의 이름 하에 거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집행 때까지의 기다림 그 자체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다. 미국은 그 대기 평균 기간이 9년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그 다음쯤이 미국이다. 중국의 사형은 인권을 논의하는 사람들로선 인권선진국과는 동일 선상에서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영화계를 주름잡는 사형영화는 거의 모두 미국의 사형을 소재로 한다. 유럽의 대부분..

영화이야기 202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