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검찰개혁의 민심은 무엇이고, 조국 장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박찬운 교수 2019. 10. 2. 09:48

지난 토요일 서초동에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있었다. 100만인지 200만인지, 그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그 숫자를 축소해 폄하하고자 해도,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시위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는 무엇일까? 저 분노하는 민심을 무엇이라고 읽어야 할까? 단순히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수호’라고 보아야 할까? 민심을 그렇게 읽는 것은 우리 국민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태도다. 조국 사건은 검찰개혁의 이유를 설명하는 사건일 뿐, 그 수사를 막는 게,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라고 할 수는 없다.

민심에 나타나는 검찰개혁의 요구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확실한 것은 검찰권 남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엔 검찰권이 대한민국 최상의 권력, 대통령을 능가하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어떤 짓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표적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무제한의 강제수사 등등은 조국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가해질 수 있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선택적 정의다.

그렇다면 어떻게 검찰권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수사 기소 분리원칙을 철저히 제도화하여, 검찰의 형사절차에서의 권력집중을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검찰의 특수수사를 폐지하는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검찰 인사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언제든지 인사권을 가진 권력이 검찰을 길들여 검찰권을 권력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의 주요 보직 인사는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인사제도에 일대 혁신을 가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이 사법절차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대배심 제도나 일본의 검찰심사회 제도와 같이 검찰의 기소 불기소 결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심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이 국민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이다. 그렇다면 지금 국회에 올라간 패스트 트랙 법안(형소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그리고 공수처 법안)은 국민의 이런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입법안이라고 볼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엔 택도 없는 안이다. 위의 개혁방향으로 보면 그 내용은 너무나 부족해 어디 가서 말하기조차 쑥스럽다. 사실 그들 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려면 이제까지 해온 개혁안의 통과에 관심을 두는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입법을 거치지 않아도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장 착수하고, 국회입법을 해야 하는 개혁에 대해선 현재의 안 이상을 준비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민심을 수렴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년 총선 이후에 순식간에 처리해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조국을 수호하려는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우리가 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단순히 잘생긴 얼굴의 소유자 조국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2019.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