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조국 장관에게 부탁하는 말

박찬운 교수 2019. 9. 12. 04:31

조국 후보자가 드디어 장관에 임명되었다.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입에서 나오질 않는다. 이제부터 그 앞에 펼쳐질 험난한 일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신새벽 나는 조국 장관에게 두 가지를 고언하고자 한다.

하나는 장관으로서의 자세다. 언제나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시라.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지난 몇 주 동안 조장관과 가족들은 반대자들에 의해 저잣거리로 내몰려 갈기갈기 찢겨졌다. 보통사람이라면 분노의 마음이 일고 복수의 마음까지 일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잘 한 것처럼, 앞으로도 조국은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조장관을 죽이고 매장하려 했던 사람들 앞에서도 그래야 한다. 행여 사람들의 입에서 조국이 장관되더니 자세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나는 그러리라고 믿는다. 만일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사람 잘 못 본 것일 테니). 그것이 조국의 운명이다.

또 하나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장관 혼자 개혁과제를 이루어낼 수 없다. 장관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선 장관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인적 조직을 갖춰야 한다.

우선 빠른 시간 내에 법무부 내부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현재 법무부 실국장들은 검찰국장을 제외하곤 탈검찰화 과정에서 임명돼 어느새 2년 이상 일했다. 그 정도 일했으면, 그들도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니, 다른 인재들로 바톤 터치를 해주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민변변호사들이 주요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엔 비 민변 변호사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게 좋을 것이다(참고로 나는 민변변호사이기도 하다). 법조인들은 특성상(?) 보수 진보를 불문, 발탁되는 순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부터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배경적 한계로), 기회를 갖질 못해 불평하는 인재들을 등용한다면, 법무부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나아가 빠른 시간 내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설치해, 검찰개혁과 법무 행정 혁신에 대해 장관에게 조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기구는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자타공인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참여하되, 위상에 맞는 권위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이때도 보수적인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 중에서도 조장관이 겸손하게 도움을 요청하면, 얼마든지 참여해 도울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들이 참여해 도울 수 있다면, 조장관이 높은 장애물을 넘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2019.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