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북한을 보는 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남북관계

박찬운 교수 2018. 2. 11. 20:31

북한을 보는 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남북관계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를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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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16일 동안 세계의 젊은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겨루며 올림픽 정신을 드높이는 지구촌 축제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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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에 북한에서도 선수와 고위급 인사들이 왔습니다.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것이 얼마만입니까. 그 자체가 세계인의 박수를 받을 일입니다. 더욱 그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것 같으니 우리로선 환영하고 또 환영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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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사회의 일각에선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대해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올림픽이 정치화되었다고 비난합니다. 심지어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참여를 비난합니다. 일부 태극기 부대는 북한 선수단 앞에서 인공기와 김정은 초상화를 찢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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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을 바라보는 미국과 일본의 입장도 심란합니다. 개회식에 앞서 열린 각국 정상 초청 리셉션에서 펜스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나가 버렸습니다. 펜스와 아베는 남북 단일팀이 입장하는 데도 떨떠름하게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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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광경들을 목격하는 많은 사람들은 한 숨을 쉽니다. 왜들 저렇게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저들은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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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에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남북관계는 어때야 할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런 문제가 통일 안보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심을 갖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만한 문제입니다. 제가 오래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양식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것을 종합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봅니다. 남북문제 이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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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은 한반도 북쪽의 국가적 실체이다.

우리 헌법이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규정했다 해도 북한의 이런 성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실재이고 현실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엄연한 국가적 실체로서 국제사회의 한 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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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완화 곧 평화이다.

남북 관계에서 절대적 명제는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당위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긴장이 고조되어 만일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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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북한은 쉽게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체제와 생명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핵과 미사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20년을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이 강대국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이었습니까. 핵과 미사일이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 국제사회(미국)가 북에 대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북이 아닙니다. 엄연히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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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국도 북의 능력을 인정하고 한반도 긴장완화에 동참해야 한다.

북이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상황에서 한반도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북미 대화가 필요합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북의 핵과 미사일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이 북한과 미국의 대화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은 그것의 결정적 귀결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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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매우 애매한 지위에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남한의 역할은 작아지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한미동맹은 약화되기 쉽습니다. 전자로 흐르면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후자로 흐르면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역할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미 관계를 평화체제로 가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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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는 꾸준히 남북교류를 해야 하고 그 정도를 확대 심화시켜야 한다.

남북교류는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시킵니다. 한반도엔 개성공단과 같은 특별평화 경제구역이 필요합니다. 하나가 아니라 둘 셋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 특구는 남북만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앞으론 미국, 중국, 일본 및 러시아가 참여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북한이 함부로 문을 닫지 못합니다. 교류가 어떤 지점을 넘어서면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안전할 겁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기는 것은 추운 겨울이 아니라 따뜻한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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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한의 전략 전술에 우리는 열린사회의 장점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전략이나 국제 전략은 변화무쌍합니다. 때론 북한이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하면, 그것은 폐쇄사회인 북한의 당연히 예상되는 행동방식입니다. 우리는 패를 보여줄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얼마든지 패를 감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기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 냉전체제가 증명합니다. 서방세계가 폐쇄사회인 사회주의 국가에 진 게 아니잖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열린사회의 장점으로 그들을 대해야 합니다. 강력한 경제와 민주주의로 무장한 우리에게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의 예기치 않는 전략 전술에 우리가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핀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북한도 언젠가는 변화의 봄날을 맞이할 겁니다.

(2018.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