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평창올림픽과 극우세력의 준동

박찬운 교수 2018. 1. 22. 14:15

평창올림픽과 극우세력의 준동



1.

나는 원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것 준비한다고 불가피하게 수십 수백 년을 가꿔온 산림을 훼손하고, 개최 이후엔 유휴 시설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요란하게 준비하는 올림픽은 일부 개발도상국에겐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젠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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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평창 올림픽 또한 과거 정권이 만든 적폐 중의 하나다. 빼도 박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정부는 그것을 물려받았고 이제 그 개막식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 정부가 지금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밖에 없다.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른 다음, 환경을 회복하고 경제에 큰 짐이 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올림픽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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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고 미국 항모가 한반도를 향해 발진하는 상황에서 어떤 나라가 마음 편히 선수단을 대한민국에 보내겠는가. 전쟁터에서 올림픽을 치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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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이 북한의 올림픽 참여다. 거기에다 남북한이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없는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고, 이해관계자인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도 그 성사를 위해 한국 정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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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황이 이럼에도 일각에선 다된 잔칫상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나경원인데 그는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둔갑하고 있다”면서 IOC에 남북단일팀 출전을 반대하는 서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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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출전을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을 거라는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럴 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은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은 의심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그런 태도를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아 왔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모란봉인지 삼지연인지 예술단이 내려와 공연을 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북한의 꼬임에 넘어갈 거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모욕에 가까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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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극우세력에겐 한반도기도 눈엣가시다. 한반도기는 남북화해의 상징기다. 북한이 어떤 곳인가. 아무리 못 살아도 자존심 하나로 지난 수십 년을 버틴 나라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공기도, 한반도기도 흔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올림픽에 오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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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을 만들어 출전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도 비난한다. 원래 올림픽은 전쟁 자주 하던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추구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니, 그 개최 여부는 정치와 무관할 순 없다. 다만 경기 그 자체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그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단일팀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공정한 게임의 룰이 부정되는 게 아니다. 염려할 게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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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을 기원한다면 북한이 참여하는 축제로서의 올림픽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올림픽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순 없지만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 (정부)에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것을 애써 부인하는 일부 극우보수 세력의 주장에 조금도 눈길을 줄 필요가 없다. 그들은 남북긴장을 통해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해 가는 전쟁광이자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하는 최고의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