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신이 벌인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윤석열은 알까,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아마, 모를 거다. 안다면 그런 일을 어찌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알고도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어찌 그를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나도 나이를 먹다 보니 대한민국의 굴곡진 역사를 경험했다. 고교 시절까진 박정희 독재를 경험했고, 대학 시절엔 전두환의 폭정을 경험했다. 사회에 진출한 90년대 이후엔 우리나라 민주화의 발전상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다. 이렇게 60년 이상을 살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나라가 이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데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우리는 독재의 강을 건넜다. 독재의 역사는 우리의 기억 속에만 있을 뿐 다시는 재현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찍이 가정을 꾸렸고 아이들은 어느새 대한민국의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그들은 지난 30년 이상 단 한 번도 우리나라가 독재국가라는 것을 모른채 살아온 태생적 민주시민이다. 아빠가 학창 시절 독재 이야기를 하면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도 그것은 자신들 인생과는 관계없는 먼 과거의 역사 이야기로만 듣는 세대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야간 가족 모두가 티브이를 시청하는 중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에 무장한 군인들이 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있는 것이었다. 국회 직원과 의원실 직원들은 군인들의 의사당 진입을 막기 위해 책상과 의자를 쌓아놓고 소화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의사당 옆 잔디밭에선 헬기가 착륙하면서 특전사 군인들이 뛰어내렸다. 의사당 밖에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의사당 출입을 막는 경찰관과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도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비현실적 장면에, 우리 가족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말을 잊지 못했다.
지옥의 강을 건넜다고 모두가 안심했는데 다시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45년 전에 끝나 다시는 재현되지 않을 비상계엄, 군인들의 의사당 난입, 내란 사태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나도 충격이었지만 나의 자식들, 우리집 아이들 보다 어린 10대, 20대 청년들이 느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나는 지난 20여 년간 학교에서 교수로서 일했다. 이 기간 줄곧 느낀 게 이 시대 젊은이들의 정치 무관심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 변화에 관심이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학생 운동마저 사라졌다, 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대학이 태반이다, 젊은이들에게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그저 공기인듯 하다, 아무 노력 없이도 그냥 얻어지는...” 나는 이런 불평을 하면서 학생들을 보아왔다.
그런 그들이 12.3 내란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부모 세대가 경험한 독재가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가 될 수 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다. 나는 이것이 지금 수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윤석열을 하루라도 빨리 감옥으로 보내라고 요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자신이 일으킨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이 엄청난 일을 알까? 이 일은 우리의 젊은이들의 뇌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역사가 되었다는 것을 알까?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여지 없이 망가트렸다는 것을 알까? 이 역사의 죄에 윤석열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용산 관저에서 나와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온 국민에게 절하며 사죄하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모든 법적 책임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라,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부디 부하들을 용서해 달라고 빌라, 국민의 힘은 더 이상 역사의 죄를 짓는 내란 사태를 옹호하지 말라고 말하라. 그래야만이 당신이 차디찬 감옥에서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자존심 상한다, 어떻게 해서 이런 사람과 동시대에 같이 살아왔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법률가로서!)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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