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재판관 체제에서 권한쟁의 사건의 심리와 결정이 가능한가?
12.3 내란 사건으로 인해 법학 교수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요즘처럼 이 공간에서 법학 교수들의 목소리가 대접받는 경우를 보질 못했다. 내 경우는 특수까지는 아니지만 틈새시장 공략으로 꽤 바쁘다. 전 국민에게 헌법 공부를 반강제적으로 시켜주는 탄핵사건 피소추자 윤석열의 덕(?)이다.
오늘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핸드폰을 여니 낯 모르는 분으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내용인즉, 내가 한덕수 탄핵소추 가결 이후 이곳에 쓴 ‘국민의 힘이 권한쟁의를 청구한다? 그렇다면 최상목에게 헌재 재판관 3명 임명을 요구하라’라는 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권한쟁의 사건은 탄핵 사건과 달리 결정을 함에 있어 6명 찬성이 필요하지 않고 참여 재판관의 과반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6명이니 4명만 찬성하면 권한쟁의 인용은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 문자를 보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헌법재판소법(제23조)을 찾아보니, 과연 권한쟁의 사건의 결정은 탄핵사건과 달리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면 족하다는 규정(제23조 제2항)을 발견했다.
이 자리를 빌려 내게 문자를 보내 주신 페친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 글에 댓글로 문자 내용을 올려도 될 텐데 아마도 내 가오(!)를 봐 조용히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그 배려에 가슴 뭉클했다.
페친의 문자를 받고 추가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현 6명의 재판관이 권한쟁의 사건을 심리하고 그 과반수인 4명만 찬성하면 권한쟁의 인용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지금 국힘은 한덕수 탄핵소추 의결 건에 권한쟁의를 신청했고, 일각에서는 야당도 국회 선출된 헌재 재판관 후보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속 임명하지 않으면 권한쟁의로 다투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과연 6명 재판관이 권한쟁의 심판사건을 심리해 인용결정을 할 수 있을까?
오늘 새벽 내내 이 문제를 검토했다. 헌재법상 사건 심리를 위해서는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여해야 한다(헌재법 제23조 제1항). 이 규정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사건과 관련된 가처분 사건에서 헌재가 잠정적으로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그 결과 지금 6명 탄핵 재판 심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의 효력이 권한쟁의 사건 심리에도 적용돼, 6명 재판관 심리로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심리해 인용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복잡한 이야기는 여기서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니 결론만 이야기한다.
권한쟁의 사건에서는 7명 이상의 재판관 심리 규정의 효력 정지 결정이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즉, 권한쟁의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법 현재 규정대로 7명 이상의 재판관의 참여가 필요하며 인용을 위해서는 참여 재판관 과반수(7명이면 4명, 9명이면 5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진숙 사건의 가처분(7명 심리 정족수 규정의 효력정지) 결정은 6명 재판관 체제 하에서 탄핵 심리마저 못하면 신청인의 탄핵 사건이 무한정 길어져 신청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해 잠정적으로 6명 심리가 가능토록 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결정의 효력은 7명 심리 규정으로 인해 (신청인의) 재판청구권의 침해가 우려가 되는 탄핵사건 혹은 위헌법률심사 사건에서나 미치는 것이지 기관 간의 권한에 다툼이 있는 권한쟁의 사건에까지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 권한쟁의 사건도 6명 심리가 가능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7명 심리 정족수 규정에 대한 또 다른 가처분 결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6명 심리가 가능하다는 가처분 결정을 받는다 해도 그것은 심리만을 위한 것이지 권한쟁의 인용 결정까지 가능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헌법재판소법의 취지는 적어도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여해 토론해 결정하라는 취지이므로 결정을 하긴 위해서는 동법이 정한 대로 최소한 7명 이상의 재판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의 공석 상태가 보충되지 않고서는 권한쟁의 사건은 심리도, 인용 결정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여하튼 헌법재판소가 모든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현재 6인 체제로는 안 된다. 하루라도 빨리 3명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
최상목 대행, 재판관 임명을 회피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는 중대한 헌법위반임을 깊이 명심하시오!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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