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과 관련해 지난 며칠 몇 개의 글을 썼다. 여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한덕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하여
오늘 한덕수에 대해 탄핵소추 의결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힘이 자꾸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대통령에 준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 차례 그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다시 한번 확실히 다지는 의미에서 여기에서 그 문제를 정리한다.
1. 탄핵이란 대통령을 비롯해 헌법 및 법률에 정한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함에 있어 헌법 및 법률에 위반될 때 그 신분을 상실(파면)시키는 헌법상의 제도이다. 탄핵은 국회의 탄핵소추를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최종 결정된다.
2. 탄핵소추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대통령을 제외한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 이것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로 의결된다. 또 하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것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와 같이 헌법은 공무원의 신분에 따라 국회 탄핵소추의 발의정족수와 의결정족수를 달리하고 있는바, 이것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공무원에 비하여 좀 더 까다로운 절차에 의해서만 탄핵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3. 한편,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즉 대통령 권한대행인데, 그것은 국무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이 순서에 의해 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자체가 신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총리나 국무위원의 신분이 있는 자가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대행하는 제도 일뿐, 대통령 자리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다(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의 지위를 승계해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결코 헌법이 만든 새로운 신분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신분에서 나오는 형사 불소추 특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4. 다시 말하건대, 탄핵제도는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제도이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만든 특별한 신분이 아니다. 따라서 오늘 ‘한덕수를 탄핵(소추)한다’는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의 국무총리 신분을 박탈’하기 위해 탄핵소추 절차를 밟는 것이다.
5. 결론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는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일시적으로 맡고 있는 국무총리일 뿐이다. 따라서 그를 탄핵 소추하는데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즉 151명이면 족하다. 누구는 의결정족수를 따짐에 있어서 총리로서 행한 일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행한 일을 구별해야 한다고 하나 헌법상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의결정족수를 헌법의 규정대로 하지 않고 해석에 의해 정하면 국정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6. 하나 더 이야기하면, 우리 헌법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등에게 대통령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헌법 제정 당시 그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었어야 했다. 그런 규정이 없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그런 특별대우를 전혀 예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에 준해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가 정해져야 한다는 것은 현행 헌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2024. 12. 27)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하여
요즘 가급적 말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내딴엔 엄중한 시국에 도움이 될까 한마디하는 것이지만 자칫 쓸데없는 요설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 속에서도 내가 잘 아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선 말하는 게 좋을 듯 해 여기에 몇 자 적는다.
1.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과 관련해, 몇몇 언론사가 헌법연구원에서 발행된 헌법재판소법 주석서에서 권한대행의 탄핵은 대통령에 준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의 정족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뭔가 권위적 근거를 찾아낸듯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 현혹될 필요는 전혀없다. 그 주석서의 그 부분 해설은 헌재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고 한 학자의 개인적 입장일 뿐이다.
비근한 예 하나를 들어본다. 인권위도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인권위법 해설서를 만들었다. 그것도 여러 학자가 참여해 만든 것이지만 인권위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 내가 상임위원을 하던 시절 해설서 한 부분에서 중대한 오류를 발견했다. 나는 사무처에 그 부분은 절대 참고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수정 해설문을 배포토록 한 적이 있다. 또 이런 일도 있다. 소위원회에서 안건 심의를 하는데 인권위법 해석과 관련해 논쟁이 일어났다. 해당 안건 조사관이 인권위법 해설서를 근거로 그 부분은 이래야 된다며 의견을 내기에, 내가 그 해설서는 인권위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니 이런 자리에서 근거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며 단칼에 자른 적이 있다.
헌법연구원이 만든 헌재법 주석서도 마찬가지다. 향후 헌재가 그런 해설서를 근거로 판단할 가능성은 없다. 헌재 결정은 9명의 재판관이 결정하는 것이지 이런 주석서에 의존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결 정족수는 일반 탄핵 대상자처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면 족하다. 총리가 권한대행이 되었다고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투표로 당선된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일반 탄핵대상자와 달리 의결정족수에서 가중다수(3분의2)를 요구한 게 헌법의 취지다. 권한대행인 총리에게 이것을 준용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
2. 국회가 한덕수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하는 경우 찬성하는 의원 수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안되면 탄핵소추 의결은 효력이 없으니 한덕수는 권한대행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이것은 정말 큰 일날 소리다. 만일 이런 일이 생기면 국정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국회의장이 줏대있게 처리해 나가면 법률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로 탄핵이 가능하다는 것을 표결 전 발표하고 투표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투표 결과 재적 과반수를 넘으면 의장은 가결을 선포하고 의결서를 총리에게 보내 수령케 하면 그 즉시 직무정지 효력이 발생한다. 여기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만일 국힘이나 한덕수가 의결정족수가 안돼 탄핵소추 의결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헌재에 가서 다툴 일이다. 결코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의 효력을 무시하고 직무를 계속해선 안된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자체가 명백한 국헌문란으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202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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