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JP 죽음의 의미

박찬운 교수 2018. 6. 24. 20:49

JP 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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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1926-2018)


JP(김종필)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그 죽음이 갖는 의미가 자못 크다. 그의 죽음은 한 자연인의 역사에서의 퇴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그가 대표한 구시대와의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대와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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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죽음이 갖는 하나의 의미는 해방 이후 숭상의 대상이었던 산업화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다. 그의 시대는 못사는 나라를 산업화 해 부유한 나라 만드는 걸 지상과제로 여겼다. 그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용인되었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무수한 인권침해로 이어졌다. 이제 그런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에서 역사의 장막 뒤로 사라지고 있다. JP 죽음은 바로 그 역사의 마침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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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죽음이 갖는 두 번째 의미는 한반도 냉전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다. 산업화 시대는 반공과 반북을 이용한 공포정치를 가능케 했다. 정치적 반대자를 공산주의자 혹은 친북주의자로 모는 것보다 더 쉬운 정권유지 방법은 없었다. 이런 악역은 JP가 만든 중앙정보부와 그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담당했는데 이제 이 정보기관은 환골탈태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JP 죽음은 이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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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죽음이 갖는 세 번째 의미는 친일파를 뿌리로 둔 수구 보수의 종언이다. 박정희와 그 추종세력은 산업화를 위해 친일세력과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했다. 민족을 팔아먹은 자들이 아무런 단죄도 받지 않은 채 지식과 기술이 있다는 이유로 중용되었다. 이들이 긴 세월 정치와 언론을 장악한 수구 보수의 실체로서 대한민국의 실질적 주인이었다. JP는 바로 이들 수구 보수의 상징이었고, 그의 죽음은 이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주인 노릇할 수 없다는(아니 주인 노릇 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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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죽음이 갖는 네 번째 의미는 지역패권 정치의 종언이다. 우리 정치를 후진적으로 만든 결정타는 90년 대 초 3당 합당 후의 지역패권 정치였다. 3김과 그의 후예들은 지역을 볼모로 정치함으로써 나라 전체를 분열로 몰아넣었다. JP의 죽음은 이런 굴곡의 지역패권 정치를 마감하는 상징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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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치러진 6. 13 지방선거는 변화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JP가 세상을 떠나면서 목격한 대한민국의 변화,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역사다. (2018.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