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새로운 정치실험, 한국적 민주주의의 도전

박찬운 교수 2018. 6. 18. 05:15

새로운 정치실험, 한국적 민주주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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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반성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을 향한 유권자의 철저한 응징이었다. 그것도 CVID 급, 곧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대구 경북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곳에서 자유한국당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으로 완벽히 파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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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상대적으로 자치단체장에게 관심이 크지만 지방자치 시대에선 지방의회도 눈여겨봐야 한다. 몇 군데 조사를 해보니 이게 과연 언필칭 민주국가의 선거인가 할 정도로 야당으로선 참혹한 선거 결과다. 광역의회 몇 군데만 보자. 서울 110석 중 민주당 102석, 경기 129석 중 민주당 128석, 인천 37석 중 34석, 대전 22석 중 민주당 21석. 부산마저 47석 중 민주당 41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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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해 전국 상당수 지방의회에서 자유한국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의회운영이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하는 제도적 현실을 고려할 때 향후 4년 지방의회는 민주당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빠닥하게 말하면 민주당 1당 독재다. 앞으로 민주당은 홀로 의회를 지배하면서 자치단체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겁부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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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년간 민주당은 지방정치의 유일한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그것은 모두 민주당의 책임이며 그 결과는 4년 후가 아닌 2년 후 총선에 반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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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자율적인 당내 민주주의로만 의회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 1당 독재를 급히 연구해 한국으로 수입해 와야 할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방의회가 특정 정당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내부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판받을 여지가 많은 자치단체장의 정책을 의회가 신중한 심의 없이 통과시켜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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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나자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것이 잠정적으로 우리가 경험해야 할 한국적 민주주의의 도전이다. 민주당이 해내야 할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2018. 6. 17)